서방 제재 '신중한' 입장서 선회…중립국 지위 재확인·중재 의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유럽 내 중립국인 스위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사실상 대러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서방의 잇따른 제제 발표에도 동참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자국 공영방송 RTS와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시스 대통령은 스위스가 유럽연합(EU) 결정대로 러시아 자산을 동결할 것인지 묻는 말에 "스위스 정부가 내일 그렇게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아직 나오지 않은 결정을 기대할 순 없다"고 답했다.
스위스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위스에서 러시아인이 보유한 자산은 약 104억 스위스 프랑(약 13조 5천억원)에 달한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인사들의 역내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이 아니다.
카시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스위스의 중립국 지위를 재확인하며 중재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스위스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벨라루스에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회담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스위스는 외교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립국 노선을 취해온 스위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그간 신중한 입장을 내보였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했을 때 서방의 잇따른 제재 발표에도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국이 EU 제재를 우회하는 통로로 사용되는 것은 막겠다고만 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도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당시 일부 러시아 관리에 대해 여행을 금지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현재 서방 진영에 동참하라는 스위스 내부 여론 압박이 큰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날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는 약 2만명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정부의 신중한 입장을 비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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