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아베, 美 '대만 방어 명시화' 촉구…中 "망언"(종합)

입력 2022-02-28 18:13  

[우크라 침공] 아베, 美 '대만 방어 명시화' 촉구…中 "망언"(종합)
'전략적 모호성 원칙' 폐기 촉구…대만서 주목


(상하이·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김진방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이 대만 방어와 관련한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폐기하고 중국의 침공 위협에 노출된 대만의 안보를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8일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전날 민영 후지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침공하면서 현상을 변경하려 함에 따라 중국이 비슷한 행동을 벌일 수 있다고 외부에서 우려한다"며 "미국은 반드시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폐기하고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폭발할 때 관여하겠다고 표명함으로써 중국의 준동을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베 전 총리는 "중국이 대만을 침범한다면 대만의 유사(有事·비상 사태)가 곧 일본의 유사라는 견해를 다시 한번 피력한다"며 "대만과 일본 요나구니지마(那國島)는 불과 110㎞밖에 안 돼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하려 할 때 일본 영공, 영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안전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중국 당국은 '망언'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한 평론을 요구받고 "최근 일본의 특정 정치인들이 잇따라 대만 문제에 대해 망언을 하고, 중국 내정에 망령된 논의를 한다"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들은 침략의 역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주변 정세를 조작해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공공연히 일본의 비핵 3원칙을 위배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방어 무기를 제공하고 중국의 침공 등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지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실제 군사개입을 할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함과 동시에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정치적인 독립 선언을 해 중국의 침공을 초래하는 사태를 억제하는 두 가지 효과를 모두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미중 신냉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에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 한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체제 구축과 함께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의지가 한층 강해졌다는 관측이 부상하면서 미국 조야에서는 대만 방어를 명시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중국의 군사적 모험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상하고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작년 9월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점령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대만 방어와 관련해 견지해온 원칙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중국과의 신냉전 격화 속에서 미국 정부 역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인 대만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하면서 대만 지지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전략적 모호성' 원칙에서 '전략적 명확성' 원칙으로 점진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자신도 작년 10월 CNN 타운홀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적 모호성 정책에 어긋나는 '실언'을 한 것으로 보면서도 그의 '속내'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만에서는 미국에 확고한 대만 방어 약속을 촉구한 아베 전 총리의 발언에 크게 주목했다.
다만 자유시보는 아베 전 총리의 관련 발언을 전한 기사에서 "미국의 대만 정책이 이미 '전략적 명확성'으로 돌아서고 있지만 미·일이나 다른 나라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이 명확히 하고자 하는 바는 국제사회가 양안 관계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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