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동참 속 중국 결제망도 이용 쉽지 않아…"사례 없어"
정부 "SWIFT 퇴출 러 은행 명단 나와야 대체 계좌 등 지원 가능"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하면서 러시아와 거래하는 우리 기업과 현지에 체류하는 국민의 국제 송금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자체 국제결제 시스템을 경유한 송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이를 이용한 사례가 없고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중국의 결제망을 이용해 결제·송금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는 26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 은행들을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SWIFT는 금융 거래를 위한 글로벌 메시지 시스템으로 200여개 국가의 1만1천개 은행을 연결해 빠른 국경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SWIFT에서 배제된 금융기관은 국제 결제가 매우 힘들어지게 된다.
이처럼 러시아로 직접 송금이 어렵게 되자 중국을 통한 우회 경로로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도 국내 은행에 늘고 있다.
국내 은행 가운데 중국의 자체 국제결제망인 CIPS(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를 이용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CIPS를 쓰는 국내 은행은 없는 걸로 알고 있고 더구나 국내에서 CIPS를 통해 러시아 결제망까지 연계해 송금하는 건 사실상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러시아 자국 내 은행 간 거래에만 국한돼 사용됐던 금융결제망(SPFS)을 중국의 CIPS와 연계해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순 있다.
CIPS는 2015년 중국 인민은행 주도로 출범한 위안화 결제·청산 시스템으로, 국제적으로 결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위안화의 결제 편의성을 높여 '위안화의 국제화'를 목표로 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국에는 CIPS 확대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어 러시아와 중국이 상호 결제망을 연계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한편, 러시아 은행의 SWIFT 퇴출 명단과 시행 일자는 아직 공표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우리 기업과 금융 시장 등에 미칠 영향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구체적인 SWIFT 퇴출 러시아 은행 명단 등 진행 상황을 봐야 하는 국면"이라며 "그 이후에야 거기에 맞는 대체 송금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우리 기업의 거래대금 결제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금융 제재 대상에 포함된 러시아 은행과 국내 금융회사·기업 간의 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관련 애로사항을 점검해 지원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viva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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