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명 병실 대기 중"…옥상·고가 아래 등으로 내몰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코로나19 환자 폭증으로 쪽방 거주자들과 가사 도우미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좁은 집에 여러 명이 사는 가구가 많아 코로나19 환자를 다른 식구들과 격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비영리 인권단체 홍콩사회조직기구(SoCO)에는 코로나19 환자를 격리할 공간이 없다는 다세대 주택 거주자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SoCO는 26일 현재 500여 가구가 도움을 요청했고, 그러한 지원 요청은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작은 집을 여러 개의 공간으로 다시 쪼개 세를 놓는 이른바 '쪽방'(subdivided flat)과 몸을 누일 침대만 있는 '닭장 집'(cage home) 거주자들이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SoCO는 이들 중 최소 10명이 확진 판정 후 거리로 내몰렸고, 많은 이들이 확진된 상태로 가족과 같이 지내다가 온 가족이 다 감염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200스퀘어피트(18.58㎡, 5.62평) 면적의 아파트에 7식구가 함께 사는 건설 노동자 찬모(38) 씨 부부는 이달 초 코로나19에 걸리자 2주 넘게 아파트 건물 옥상에서 생활했다.
추위 속 병실을 기다리며 화장실도 없는 옥상에서 버티던 이들은 결국 신속 항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온 지난 23일에야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부부가 집에 들어간 날 자녀 3명이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이번에는 함께 사는 찬씨의 아버지와 남동생이 옥상 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20명과 함께 '닭장 집'에 사는 식당 종업원 메이(58) 씨 부부는 코로나19에 걸리자 길에서 자기 시작했다.
메이 씨 남편은 거리 생활 나흘 만에 격리 시설에 입소했고, 메이 씨는 고가 아래에서 잠을 잔 지 6일 만에 친구가 마련해 준 방으로 옮길 수 있었다.
SCMP는 "26일 현재 병상과 격리 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환자가 약 6만 명에 이른다"며 "당국은 병실이나 격리시설로 옮겨지기 전까지 자택에서 대기하며 다른 식구들과 대면 접촉을 피하라고 하지만 격리할 방이 따로 없는 쪽방이나 닭장 집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에 걸린 가사 도우미들도 집 밖으로 내 처지고 있다.
홍콩 가사 도우미 지원 단체 헬프(HELP)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온 가사 도우미 조시(28) 씨는 지난 20일 밤부터 거의 이틀간 아파트 야외 주차장에 세워진 고용주의 차 안에서 지냈다.
열이 나고 오한에 시달리자 고용주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에서 지내라고 한 것이다.
조시 씨는 "나랑 집주인 부부, 그들의 자녀들이 함께 지내며 자가 격리를 하기엔 아파트가 너무 비좁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처음에는 차에서 지내는 게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비가 계속 오고 너무 추웠다"고 말했다.
조시 씨는 22일 헬프의 도움을 받아 쉼터로 옮겼다. 그는 처음에는 쉼터로 옮길 경우 고용 계약이 해지될까 두려워 안 가겠다고 버텼다.
헬프는 "가사 도우미는 안전하고 적절한 숙소를 제공받아야 하며, 당연히 자동차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홍콩은 집이 좁고 비싸지만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싼 까닭에 웬만한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는 가사 도우미가 입주해 있다. 다만, 가사 도우미에게 별도의 방이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SCMP는 "홍콩 정부는 가사 도우미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고용법 위반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감염된 가사 도우미의 자택 격리나 병원 치료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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