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탈레반 피했더니 러시아…아프간 가족의 고난

입력 2022-02-28 15:29   수정 2022-02-28 17:46

[우크라 침공] 탈레반 피했더니 러시아…아프간 가족의 고난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한 전쟁에서 도망쳐 다른 나라로 왔더니 또 다른 전쟁이 시작했습니다. 매우 운이 나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규모 피난 행렬이 발생한 가운데, 탈레반 집권을 피해 우크라이나로 왔던 한 아프가니스탄인 가족이 이번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인접국 폴란드로 대피해야만 했다고 AFP 통신이 28일 보도했다.
11살 아들과 7살 딸, 아내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 접경도시 메디카에 도착한 40대 남성 아즈말 라마니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불과 1년 사이 두 차례나 국제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만 사연을 털어놨다.
앞서 그는 18년간 아프간 수도 카불의 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위해 일했다.
라마니는 "아프간에서의 생활은 좋았다"면서 "자택과 자가용이 있었고 월급 수준도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탈레반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신세가 됐다. 라마니는 이로 인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라마니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면 철수하기 전이었던 작년 상반기 자택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조국을 떠나기로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위해 타국 비자를 얻으려 백방으로 노력했고, 비자를 발급해 준 유일한 국가가 우크라이나였다.
그렇게 라마니와 가족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인 오데사에 정착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또다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1천110km를 달려 폴란드 국경을 넘는 신세가 됐다.
그는 폴란드 국경을 30㎞ 남긴 지점부터는 극심한 차량 정체 때문에 걸어서 이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라마니는 앞으로 닥칠 미래가 걱정되지만, 폴란드인들의 환대로 힘을 얻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번 침공 이후 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 서부 접경국들에는 피난민 수십만명이 몰렸으며, 폴란드에는 나흘간 21만여명이 들어왔다. 이들 대다수가 우크라이나인이지만, 아프간을 비롯해 콩고민주공화국·인도·네팔 등의 유학생과 이주노동자도 있다.
AFP는 현행 규정상 폴란드 비자가 없으면 입국 보름 안에 등록해야 하는 만큼,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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