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형성 촉진하는 EP300 단백질의 KIX 도메인
미국 버지니아 의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전체 폐암 환자의 약 13%는 소세포 폐암(SCLC)이다.
소세포 폐암은 암 중에서도 아주 위험한 암으로 꼽힌다. 일단 진단을 받으면 5년 생존율이 7%에 불과하다
다행히 폐 밖으로 퍼지기 전에 발견하면 예후가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세포 폐암은 빨리 자라는 성질이 강해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번진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소세포 폐암 환자도 병세에 따라 외과수술, 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면역요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효과가 보장되는 치료법은 아직 개발된 게 없다.
미국 버지니아대 의대 과학자들이 소세포 폐암 치료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 단백질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EP300) 코드로 생성되는 단백질은, 소세포 폐암의 성장을 촉진하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소세포 폐암의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는 이 단백질의 특정 도메인(영역)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를 주도한 이 대학 암센터의 박권식(Kwon-Sik Park) 박사와 존 H. 부시웰러 박사가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를 맡았다.
28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EP300 유전자가 생성 코드를 가진 단백질(EP300 단백질)은 원래 세포 증식과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사 공활성 인자'(transcription
coactivator)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EP300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소세포 폐암 등 다양한 유형의 암에서 발견됐다.
이 단백질 돌연변이가 소세포 폐암의 종양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할 거라는 추정이 가능했다.
이번에 연구팀은 EP300 단백질의 변이로 아세틸 전달효소(acetyltransferase) 도메인이 결여되면 종양의 성장이 촉진된다는 걸 소세포 폐암 생쥐 모델에서 확인했다.
그런데 EP300 유전자를 제거하면, 다시 말해 단백질의 발현을 완전히 차단하면 암세포의 증식과 종양의 발달이 억제됐다.
연구팀은 고민 끝에 EP300 단백질의 도메인을 분해해 KIX라는 도메인을 찾아냈다.
종양 형성에 우호적인 작용을 결정하는 게 바로 이 도메인이었다.
특히 MYB와 같은 전사 인자와 KIX가 상호작용할 때 그런 작용이 강해졌다.
KIX 도메인은 소세포 폐암이 발달하는 데도 필수적인 요소였다. 다시 말해 KIX가 없으면 소세포 폐암도 생기지 않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KIX가 소세포 폐암이 갖는 '독특한 취약성'(unique vulnerability)이라고 지적했다.
KIX는 '키나아제<효소의 일종> 유도 도메인-상호작용'(kinase inducible domain-interacting)이라는 뜻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박 박사는 "EP300 특유의 취약성을 분자 수준에서 하나의 아미노산 단위까지 밝혀낸 게 가장 주목할 만하다"라면서 "여러 유형의 암에서 EP300 돌연변이가 발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KIX 도메인 표적이 암 치료에 더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에 KIX 도메인을 연구한 적이 있는 부시웰러 박사의 축적된 데이터가 향후 약물 개발 연구에 도움이 될 거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부시웰 박사는 "KIX 도메인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사실에 모두 흥분해 있다"라면서 "여러 유형의 암에 적용될 거로 보지만 특히 소세포 폐암과 백혈병에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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