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우크라 대사 주장…백악관 "미확인, 사실이면 전쟁범죄"
무차별 살상무기 논란…인권단체에선 러 집속탄 사용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상무기로 통하는 '진공폭탄'을 썼다는 주장이 우크라이나 측에서 나왔다. 미국 정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러시아군이 오늘 진공폭탄을 사용했는데 제네바 협약에서 실제로 금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러시아가 주거지역을 겨냥해 진공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시도하는 파멸적 가해는 거대하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실제로 진공폭탄을 사용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의 진공폭탄 사용설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키 대변인은 "그게 사실이라면 아마 전쟁 범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에서 무차별적 공격으로 민간인을 죽거나 다치게 하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특히 학교와 병원은 국제법으로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진공폭탄은 산소를 빨아들여 초고온 폭발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사람의 내부기관에 손상을 준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폭발 반경을 진공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열압폭탄으로 불리는 이 무기는 투하 지점에 무차별적으로 파괴력을 내는 까닭에 비윤리적인 대량살상무기로 인식된다.
일부에서는 핵폭탄을 제외한 무기 중 가장 치명적인 무기라는 평가도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예상보다 거세 진군이 더뎌지면서 침공 닷새째인 이날까지도 주요 도시를 점령하지 못한 채 고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공폭탄 같은 무기는 전쟁 때 전투에서 군인과 민간인에게 가하는 무차별성 때문에 지탄을 받는다.
무력 충돌 때 적용되는 국제법인 제네바 협약은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에 민간인뿐만 아니라 부상하거나 포로로 잡힌 군인도 포함된다.
그간 우크라이나에서 진공 폭탄이 사용됐다는 사실은 공식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진공 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제2도시 하리코프 등지에서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진공폭탄을 쓸 가능성을 서방 군사정보 당국이 우려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러시아는 체첸 분쟁과 시리아 내전 등에서 진공 폭탄을 사용한 전력이 있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그들은 주거지역뿐 아니라 보육원이나 학교, 유치원도 또다시 겨냥하고 있다"며 "(그에 따른)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집속탄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와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집속탄 공격으로 민간인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로켓을 보면 집속탄이 맞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왔다.
집속탄은 투하되면 모체가 공중에서 파괴되면서 새끼 폭탄 수백개가 표적 주변에 흩뿌려져 불특정 다수를 살상한다.
특히 새끼 폭탄의 일부는 불발해 지뢰처럼 지상에 남아 전쟁과 관계없는 후세대 민간인들을 해치기도 해 많은 우려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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