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량급 대표단 대만 파견…'대만은 우크라와 다르다' 보여줘
미 '전략적 명확성'에 더 접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다시 부각한 가운데 미중 간 가장 첨예한 이슈인 대만 문제가 다시 전면에 부상하는 상황이다.
◇ 우크라 전쟁 속 대만 안보 불안 불식 나선 미국
미국 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에 나서지 않으면서 국제사회 일각에서 대만도 결국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대두했고 대만에서 안보 우려가 증폭됐다.
공교롭게 이 시기에 미국 정부의 대표단이 1일 대만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역대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를 아우르는 중량급 전직 안보 분야 관료들로 채워졌다. 단장인 마이크 뮬런 전 합참의장을 비롯해 메건 오설리번 전 국가안보부보좌관,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 등 5명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대표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작년 4월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이 이끄는 대표단을 대만에 보낸 이후 다시 한번 사실상의 공식 특사단을 대만에 파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천팡위(陳方隅) 대만 둥우(東吳)대 교수는 중앙통신사에 "미국의 대만 지지가 당파를 넘은 미국 사회의 공통 인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유사시 미국이 대만을 과연 도울 것인지에 관한 의구심을 불식하고 대만 안보를 '재보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의 여러 행보 역시 일관된 대만 지지 정책과 연결된다.
미국은 지난달 26일 구축함을 중국이 자국 '앞바다'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에 투입했다. 이 구축함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일부러 켜고 대만해협을 지났고, 상공에는 EP-3E 정찰기가 호위 비행을 했는데 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경거망동'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외교가에서는 신냉전 와중에 대중 견제 전초 기지이자 반도체 산업 중심지인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재발견'되면서 미국에 대만은 우크라이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의미를 가진 우방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일찌감치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보낸 공식 대표단과 별도로 공화당의 유력 대권 잠룡 중 한 명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도 2일 대만에 도착한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타이베이 총통부에 앉아 2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단을 만났고, 3일에는 폼페이오 전 장관의 예방을 받는다.
대만 총통이 하루 차이로 미국의 최고위급 귀빈들을 맞이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40년 넘게 이어온 '전략적 모호성' 원칙에서 벗어나 '전략적 명확성' 방향으로 서서히 몸을 돌려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미국이 실제 군사개입을 할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을 말한다.
하지만 중국군의 급속한 현대화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힘의 균형추가 중국 쪽으로 기운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이 대만을 향한 무력 침공 위협을 노골화하면서 중국의 '오판'을 막으려면 미국이 대만 방어 약속을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러시아, 중국의 '대만 통일 꿈' 멀어지게 할 수도
최근 중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자국의 '대만 통일'에 긍정적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군사 개입에 선을 그은 미국이 대만 유사시에도 그간 거듭 중국에 약속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 기조를 뒤집고 군사 개입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또 대만 내 안보 위기 증폭이 '독립 분자'인 집권 민진당 지지세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연일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대만'이라는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대만이 향후 미국의 군사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공개 심리전을 벌였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활용해 민진당으로 기운 대만의 정치 지형을 흔들어보려는 시도로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작 대만 관련 정세가 꼭 중국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도 많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미국 등 서방에 '권위주의 확장'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한 가운데 미국 특사단 파견으로 미국의 대만 '수호 의지'가 오히려 더욱 선명해졌다.
대만 유사시 관여 의지를 드러낸 일본에서도 미국과 힘을 합쳐 대만을 더욱 강력히 수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전히 자민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침공하면서 중국이 비슷한 행동을 벌일 수 있다"며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폐기해 중국의 준동을 억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비록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와 전면적 군사 충돌을 피하고 있지만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를 부분 배제하는 등의 초강경 대처에 나서 중국에도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제품과 곡물 등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와 달리 여러 산업이 두루 발달하고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는 유사한 제재에 직면했을 때 더욱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직설적 어조로 권위주의 체제 지도자들의 '자유 진영' 공격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1일(현지시간)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역사를 통해 독재자들이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때 그들이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전 세계 '독재자'들을 향한 간접 경고의 성격도 띠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밝히면서 "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듯, 미국인에게 맞서는 쪽에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good bet)'이 아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신경전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해묵은 무력 시위 카드를 또 꺼내 드는 모습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국가주권 수호와 영토 보전에 대한 중국 인민의 결심과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미국이 그 누구를 파견해 대만을 지지하든 모두 헛수고"라고 반발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보낸 미국 대표단이 대만에 도착한 1일 중국 전투기 2대가 중국과 대만의 사실상의 경계로 간주되는 대만해협 중간선에 바짝 붙어 비행하는 무력 시위를 벌였다. 중국군은 또 남중국해와 서해 보하이만에서도 항해 금지구역을 설정한 가운데 실사격 훈련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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