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지급결제시스템 구축·풍부한 외환보유액 등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서방이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핵 옵션' 제재를 뽑아 들었지만 러시아가 두려워하지 않는 5가지 이유가 있다고 중국 전문가가 지적했다.
중국 인민대-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러시아연구센터 왕센쥐 부주임은 1일자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에 게재한 글에서 러시아의 독자적 금융정보 플랫폼 구축,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 감축, 대외 무역에서의 루블화 결제 비중 제고, 일부 은행만 배제하는데 따르는 한계,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을 거론했다.
먼저 러시아 중앙은행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 이후 독자적 지급결제 시스템인 SPFS(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를 만들어 현재 러시아 은행 외에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독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스위스 등의 23개 은행이 가입돼 있는 점을 거론했다.
작년 5월 기준 러시아 국내 송금의 20%가 SPFS를 통했다면서 러시아가 SWIFT 퇴출에 대비해 독자적 지불 시스템을 이미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또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 비중이 4년 전만 40% 이상이었지만 작년 기준으로 16%로 대폭 낮아졌다.
러시아가 대외 무역에서 루블화 결제 비율을 높인 것도 'SWIFT 제재'를 견디는 힘이 될 것이라고 왕 부주임은 분석했다.
일례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 경제연합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내부 거래에서 러시아는 수출 상품의 70%, 수입 상품의 30%를 루블화로 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수출에서 차지하는 달러화 결제 비중은 2016년 69%에서 2021년 상반기 56%로 줄었고, 같은 기간 유로화 비중은 28%로 두 배로 증가했다.
아울러 SWIFT에서 배제될 대상이 러시아 은행 전체가 아닌 일부라서 미국과의 에너지 거래대금 결제에 사용되는 일부 러시아 은행은 SWIFT에 잔류하게 되리라는 점 역시 러시아의 '버티기'에 힘을 싣는 요인이라고 그는 꼽았다.
석유 수요의 25%,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각각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이 SWIFT를 통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지 못하면 유럽 기업과 은행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임을 감안해 '빠져나갈 구멍'을 스스로 만들어 놓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18일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6천432억 달러(약 775조원)로 러시아가 "충분한 재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다만 왕 부주임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작전이 길어져 미·유럽 등 서방의 각종 제재가 심화하고,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러시아의 금융·경제적 곤란도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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