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속도 내는 한국…국제사회에 '적극 동참' 선명한 신호

입력 2022-03-01 23:04   수정 2022-03-02 00:09

대러 제재 속도 내는 한국…국제사회에 '적극 동참' 선명한 신호
금융제재 돌입…금융거래 중단 러 은행 7개, EU·일본은 3개
"미국 등과 비슷한 수준" 평가…미국에 "추가 제재도 검토" 밝혀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쏟아내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대(對)러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더 명확하게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 러 은행 금융거래·국채투자 중지…스위프트 배제 이행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과 만나 대러 제재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차관은 면담에서 "한국 정부도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사태 해결을 위한 주요국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서 대러 제재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조하겠다는 '강한 동참 의지'를 표명했다고 기재부가 전했다.
이 차관은 "전략물자 수출금지를 시작으로 추가적인 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아데예모 부장관에게 설명했다.
정부는 한미 재무차관 면담 이후 곧바로 이날 오후 대러 금융제재 동참을 위한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금융제재는 ▲ 러시아 은행과 거래 중지 ▲ 국고채 투자 중단 ▲ 스위프트(SWIFT·국제금융통신망) 배제 등 크게 세 갈래다.
정부는 국내 금융기관 등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7개 주요 러시아 은행 및 자회사와 금융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국내 공공·금융기관이 새로 발행되는 러시아 국고채를 발행·유통시장에서 거래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권고했다.
또 스위프트 배제 대상 은행과 적용 시기 등이 발표되면 해당 조치가 국내외에서 차질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내부통제 절차와 금융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정비하도록 금융기관에 당부했다.



◇ "제재 동참 신호 더 선명하게 전달"
이런 행보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규탄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아데예모 부장관은 면담에서 "(러시아 무력침공에 대응한) 동맹국 간 긴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시그널(신호)을 예전보다 더 선명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 침공 억제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1차로 발표한 역외통제(FDPR·해외직접제품규칙) 적용 예외 국가에 우리나라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미국이 현재까지 한국이 내놓은 수출통제 조치의 구체성과 효과성 등이 충분치 않다고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전날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하고 스위프트 배제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이날 금융 제재 세부 조치를 내놓는 등 제재 구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3일 미국을 방문해 상무부 등 정부 고위층과 접촉할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전날 긴급 간담회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와 관련해 우리 기업의 피해 예방을 위해 FDPR 적용의 예외 확보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대러 수출 통제의 적극적인 동참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의 협의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 대러 금융제재, 미국 등과 거의 비슷한 수준" 평가
정부가 발표한 대러 금융 제재 세부 조치는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러시아 스베르방크(Sberbank)와 그 자회사에 대해 미국 금융기관 내 환거래 계좌 폐쇄·추가 개설을 금지해 달러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VEB, PSB, VTB, 오트크리티예(Otkritie), 소보콤(Sovcom), 노비콤(Novikom) 등 6개 은행과 자회사는 제재 대상자(SDN)로 지정해 미국 금융기관 및 개인과의 거래를 차단하고, 이를 위반·우회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도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금지 등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 부과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7개 은행 및 자회사에 대해 금융기관 및 개인과의 거래를 차단하고, 금융 거래 중단 시기와 예외 조건 등은 미국이 정한 기준을 준용하기로 했다.
EU와 일본은 3개 은행(로시야 방크·VEB·PSB)에 대해 자산 동결 및 금융거래 중단 조처를 했다.
정부는 국내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이 오는 2일 이후 신규 발행되는 러시아 국고채를 발행·유통 시장에서 거래하지 않도록 강력히 권고했는데, 이것 역시 미국과 유사하다.
미국은 자국 금융기관이 채권 발행·유통시장에서 이달 1일 이후 발행된 러시아 국고채를 거래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EU는 오는 9일 이후 발행된 러시아 국고채에 대한 유럽 금융기관의 거래를, 일본은 지난달 26일 이후 일본 금융시장 내 러시아 국고채의 발행·유통을 금지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금융제재 수준은 미국 등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면서도 "러시아 루블화는 준기축통화가 아니어서 우리나라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omen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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