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이란 최고지도자가 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우크라이나는 미국 정책의 희생양이라고 탓했다고 AFP 등 외신이 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무슬림 종교 기념일을 맞아 TV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과 서방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정권은 위기를 만들고 위기로 살아간다. 그 정권은 위기를 먹고 산다"고 말했다.
또 "내 생각에 오늘날 우크라이나는 이런 정책의 희생양이다. 오늘 우크라이나 상황은 미국 정책과 연관돼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이 지점까지 끌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당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반정부 시위를 꾸며 벨벳 혁명을 만들고 색깔 쿠데타를 일으킨다"라고 강조했다. 벨벳 혁명은 1989년 체코 민주화 혁명을 가리키고, 색깔 쿠데타(혁명)는 조지아의 장미 혁명(2003),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2004), 키르기스스탄의 튤립 혁명(2005) 등 주로 2000년대 초반 구소련 국가와 발칸반도에서 일어난 정권교체 혁명을 그 다채로운 상징에 빗댄 말이다.
지난 2000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색깔혁명이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란은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다. 군사적으로는 시리아 내전에서 보조를 맞추고, 경제적으로는 서방의 이란 제재에 맞서 서로 교역을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다만 이란은 세계 어느 곳의 전쟁에도 반대한다면서 "우리는 사람을 죽이고 인민의 사회기반시설을 파괴하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하메네이는 이번 전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서방의 꼭두각시 정권과 정부에 대한 지원은 신기루다. 그것은 실질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의 발언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과 서방, 러시아, 중국 등이 2015년 핵합의 복원을 위한 최종 담판성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왔다.
강경 보수층을 대변하는 하메네이는 이날 미국을 '마피아와 같은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