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리 "중립 지켜야"…파키스탄 "다른 지역 폭력은?" 냉소
(방콕·뉴델리=연합뉴스) 김남권 김영현 특파원 = 태국과 파키스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들 국가에 주재하는 수십개국 대사들이 주재국 정부에 규탄 목소리를 내 달라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태국 총리는 중립적 입장을 강조했고, 파키스탄의 한 장관은 다른 곳의 폭력은 왜 무시하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2일 태국과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을 포함한 태국 주재 25개국 대사는 이틀 전 외교부를 방문, 타니 통팍디 사무차관을 만났다.
대사들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태국도 분명히 밝히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유엔총회 결의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전날 언론의 질의에 태국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입장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이번 갈등과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면서도 "이는 아세안의 결정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각 회의에서도 러시아와 오랜 관계가 고려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침착하고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태국은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야 하며, 우크라이나의 태국인들을 신속하게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세안은 지난달 26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하고 대화 노력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명에서 아세안은 침공 당사자인 러시아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규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침공(invasion)이라는 단어도 쓰지 않아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독일, 프랑스 등 파키스탄 주재 22개국 대사들도 전날 성명을 내고 파키스탄 정부에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데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대사들은 이어 지금 진행 중인 유엔총회에서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달라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유엔 긴급특별총회가 열리고 있으며, 2일 러시아를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파키스탄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러시아를 직접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하던 지난 23∼24일 모스크바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냉전 시대에는 친미 성향을 보인 탓에 구소련과의 관계가 소원한 편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월 테러리스트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파키스탄 군사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지금은 미국과 관계가 상당히 멀어졌다.
파키스탄은 막대한 부채 등으로 인해 경제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라 러시아 등 에너지 강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파키스탄 정부 일각에서는 대사들의 성명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시린 마자리 파키스탄 인권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해당 성명에 대해 '아이러니'라고 지적하며 비꼬았다.
마자리 장관은 그들은 인도령 잠무·카슈미르, 팔레스타인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여러 폭력을 무시했다며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침공과 파키스탄에 대한 불법 드론 공격을 기억하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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