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코로나와 함께 밀려오는 중국식 통제

입력 2022-03-02 13:06  

홍콩에 코로나와 함께 밀려오는 중국식 통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 코로나19 5차 확산을 계기로 중국식 통제가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로 코로나'를 추구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는 홍콩의 상황은 골칫거리이지만, 동시에 이를 계기로 중국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홍콩에 안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활활 타올랐던 홍콩 시민 사회의 열기가 2020년 코로나19의 출현과 함께 순식간에 '진압'된 데 이어 이번 코로나19 5차 확산은 '홍콩의 중국화'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중국이 지시하는 홍콩 방역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코로나19를 통제하라"는 지시가 지난달 16일 홍콩의 친중 매체 두 곳에 나란히 소개된 이후 홍콩의 방역은 사실상 중국이 지휘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홍콩 방역의 책임은 홍콩 정부에 있다"고 못 박으며 외양상으로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강조하는 듯했으나, 이후 전개되는 상황은 그와 다르다.
시 주석의 발언이 소개된 직후 홍콩과의 접경 지역인 중국 광둥성 선전(深?)에 홍콩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관리하는 중국 정부의 지휘본부가 설치됐고, 중국 각 부처 고위 관리들이 파견돼 속전속결로 대규모 인력·자원을 지원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홍콩 정부는 "중국 정부의 지원에 감사한다",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병원을 지었다" 등 연일 중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홍콩 의료계 대표는 "중국의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고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19 대응 전문가팀 수장인 량완녠(梁萬年) 칭화대 교수가 홍콩을 찾았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최고위 관리로, 람 장관은 선전을 통해 입경하는 그를 마중 나갔다.
명보에 따르면 량 교수는 지난 1일 홍콩의 방역 현장을 시찰한 뒤 "홍콩의 건강·의료 체계가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관리들과 협조해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방역 시스템이 잘 공조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공중 보건과 치료에 관한 정보들이 더 잘 통합될 수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과 홍콩의 각기 다른 의료체계, 방역체계, 정보체계가 이 기회에 '통합' 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 전수 검사·도시 봉쇄…외국인은 '홍콩 엑소더스'
시 주석의 지시 후 대두된 가장 대표적인 '중국식 통제'는 전 시민 강제 검사와 도시 봉쇄다.
중국에서는 그간 코로나19 환자가 한 자릿수대만 발생해도 인구 1천만∼2천만 명인 도시 하나를 수십 일간 봉쇄하고 전 주민에 대한 강제 검사를 수십차례씩 실시하는 일을 일상으로 벌여왔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는 2020년 1월23일부터 4월8일까지 76일간 봉쇄됐고, 약 1천400만명의 주민이 그 기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는 인구 1천300만명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가 지난달 33일 만에 봉쇄 해제됐다.
그런 중국의 입장에서 인구가 750만명이 안 되는 홍콩에서 도시 봉쇄를 하고 전수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별로 큰일이 아닐 수 있다.
국제 금융 허브로 중국과 다른 개방적 시스템을 유지해 온 홍콩은 환자 폭증 속에서도 강제 검사나 도시 봉쇄는 현지 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고려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발언 이후 상황은 급변, 행정장관 선거가 연기되더니 전 시민 강제 검사 계획이 발표됐다. 도시 봉쇄만큼은 넘을 수 없는 마지노선인 듯했으나 그마저도 바뀌어 곧 정부는 도시 봉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 봉쇄 가능성은 지난달 28일 소피아 찬 홍콩 보건 장관을 통해 다시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 공영방송 RTHK는 "찬 장관의 발언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고위 관리 리다촨이 홍콩의 전수 검사는 도시 봉쇄를 할 경우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 이후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강제 검사 계획 자체만으로도 외국인 사이에서 '홍콩 엑소더스'가 벌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도시 봉쇄 가능성이 추가되면서 홍콩 탈출 행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콩 정부는 중국식 완벽한 봉쇄를 할 것이지, 유럽식으로 식료품 구매를 위한 외출을 허용할 것인지 등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매체 HK01은 2일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가 오는 26일부터 4월 3일까지 9일간 강제 검사를 진행하며 그중 처음 나흘간만 도시 봉쇄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봉쇄 기간에도 생필품 구매를 위한 외출은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중국 인해전술…의료진 파견·검체 중국서 검사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응급 상황에 따라 중국 인력과 자원의 홍콩 진입을 가로막았던 법적 장애물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수 검사를 위해 중국 의료진 9천명이 파견되고, 요양원 환자 간병을 위한 인력 3천명이 3개월간 임시 고용돼 홍콩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임시 병원과 격리 시설 건설을 위한 노동자도 대거 파견돼 일주일 사이에 임시 병원 하나가 뚝딱 완성되기도 했다.
의료 전문가·방역 요원들도 속속 홍콩으로 파견되고 있다.
심지어 전수 검사를 통해 채취한 검체는 중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홍콩에서는 2020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율적 전수 검사를 진행했을 때 일각에서는 생체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검사를 보이콧했다. 당시 홍콩 정부는 검체를 중국에 보내지 않는다고 했으나 시민들이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강제 검사를 앞두고 홍콩 정부는 검체를 중국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의 검사 역량 한계 탓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도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나 환자 폭증으로 의료체계가 붕괴한 상황에서 강제 검사가 진행되고 홍콩국가보안법에 따른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반대 의견은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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