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전동화 전략 공개…판매목표 상향·생산전략 구체화
배터리 확보·플랫폼 개선계획 제시…'올 커넥티드카'도 구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대차가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보다 공격적인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2일 내놨다.
글로벌 탄소중립 추세 속에서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 목표와 생산 인프라, 투자를 모두 확대한다는 것이 이번 전략의 골자다.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의 성공에 기반해 사업구조를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확실히 재편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이번 전략에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 2030년까지 전기차 187만대 팔고 이익률 10% 달성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는 2030년 58%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기차 시장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러한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연간 전기차 판매목표를 이전보다 올려잡았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중장기 전기차 판매목표를 2026년 84만대, 2030년 187만대로 제시했다. 2020년 12월에 열린 직전 인베스터데이에서 제시했던 2025년 연간 56만대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의 이런 공격적인 전기차 전략은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성공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아이오닉5가 지난해 상반기 출시 이후 전 세계 시장에서 총 6만7천대(내수 2만3천대·수출 4만4천대가)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자 현대차가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판매목표를 늘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략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대차가 처음으로 전기차 목표 영업이익률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이날 전기차의 영업이익률을 2030년 연결기준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2020년 인베스터데이에서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자동차 부문에서 8%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한발 앞서나간 목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높은 생산비용으로 팔아도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전기차에서 8년 내에 10%의 수익을 남기겠다는 목표는 전기차 생산과 판매에 대한 현대차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생산시설도 전기차 중심 전환…배터리 확보·플랫폼 개선도 주력
현대차는 전기차의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시설도 전동화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싱가포르에 완공되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는 제조 혁신 플랫폼으로서 전기차를 포함한 차량 생산 시스템 전반의 효율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현대차는 안정적인 배터리 물량확보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이 핵심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조달과 개발, 모듈화로 세부화된 '배터리 종합 전략'도 마련했다.
현대차는 배터리 전략과 관련해 우선 2030년 전기차 187만대 판매에 필요한 17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우호적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현재 2023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 대수에 상응하는 배터리를 확보한 상태다.
특히 현대차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현지 조달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인도네시아에 세운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대표적으로, 이 공장에서는 2024년부터 전기차 연간 15만대에 적용할 수 있는 10GWh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생산된다.
아울러 현대차는 기존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더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까지 배터리 타입을 다변화하고,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2030년까지 지난해 대비 50% 개선하고, 원가는 40% 절감한다.
또 생산 효율화를 위해 차종별로 다른 배터리팩을 총 9종으로 표준화하고, 현재 셀-모듈-팩 단계로 구성된 '셀투모듈' 배터리 공정을 2025년에는 모듈 비중이 제외된 '셀투팩' 방식으로 변경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예정이다.
나아가 배터리셀을 직접 새시에 부착해 차체와 배터리를 일체화하는 '셀투프레임' 공정 적용도 고려 중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모듈화하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가 현재의 E-GMP를 대체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관련 개발체계를 완성할 방침이다. 이는 전기차 모델마다 별도 사양이 반영되는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차급 별로 유연하게 적용하려는 취지다.
현대차는 IMA를 승용 전용 전기차 플랫폼 'eM'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용 전기차 플랫폼 'eS'로 세분화해 도입할 예정이다.
eM 플랫폼은 E-GMP 대비 공용 범위가 확장된 것이 특징으로, 모든 세그먼트를 아울러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된다. 주행가능거리는 아이오닉 5 대비 50% 이상 개선될 전망이다.
eS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배달, 차량호출 등의 수요에 대응하게 된다.
◇ '올 커넥티드 카' 구현…소프트웨어 투자도 박차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의 전환 목표에 더해 이러한 전동화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5년 '올 커넥티드 카' 구현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표준화와 제어기 OTA 업데이트 기능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
2030년까지 차량에 적용되는 제어기 수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지난해 GV60에 처음 탑재된 제어기 OTA 업데이트 기능을 올해 말부터 모든 신차에 탑재하는 계획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올해 연말 제네시스 G90에 레벨 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인 'HDP'(Highway Driving Pilot)를 첫 적용하고, 자율주행 합작법인인 '모셔널'을 통해 2023년부터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상용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로보라이드' 서비스도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도시에 시범 도입된다.
또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보셔틀'이 세종시와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 이어 올해 경기 판교에서도 시범 서비스를 한다.
현대차는 이러한 자율주행 기능 고도화를 위해 차세대 통합제어기 개발에도 힘쓸 예정이다.
1세대 통합제어기를 개선한 2세대 통합제어기를 올해까지 개발·적용하고, 2023년부터 자율주행 관련 제어기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3세대 통합제어기 개발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런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분야에 미래사업 투자의 30%에 해당하는 12조원을 투입한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