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타격 있지만, 여전히 굳건"…서방 "사태 장기화 때 경제 전반 피해"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초고강도 제재에 러시아 정부도 다양한 대응책을 쏟아냈다.
전례 없는 경제 제재에 러시아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AFP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금융 당국은 사흘 연속으로 주식 시장을 열지 않았다.
자국 내에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인 루블화를 매입하는 거래 외에는 다른 외환 거래를 재개하지 않고 있다.
또 러시아에서 1만달러(약 1천200만원)를 초과하는 외화를 국외로 반출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 외에도 러시아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다.
올해 1월부터 해외로부터 확보한 외화 수입의 80%를 매각하도록 하는 외화 강제 매각 조치를 내놓았으며, 국내 체류자가 차용 계약에 따라 역외 거주자에게 외화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했다.
러시아는 제재로 인한 경제 충격을 인정하면서 여전히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굳건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위험의 결과를 최소화하고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모든 조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자국 IT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도 내놓았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향후 3년간 모든 IT 기업들의 이윤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고, 과세 당국의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이들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3% 이하의 저금리 대출도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이런 조치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등 제재의 타격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측근들도 대거 제재 대상에 올렸다.
리사 모나코 미국 법무차관은 "우리는 부패와 제재 회피를 통해 러시아 체제를 지탱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은신처를 박탈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유럽 자회사들은 부도 위기에 몰렸다.
측근에 대한 제재는 푸틴 대통령에게도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 내에서 달러화 사재기 현상도 벌어졌다. 치솟는 물가로 인한 민생고도 정권에 상당한 부담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제재로 러시아 경제활동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 타격에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제재까지 받은 러시아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에서 -7%로 하향했다.
영국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인네스 맥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급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일자리와 성장에 대한 타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제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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