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제재관여 美인사들이 주도…"동맹과 정보공유 늘리고 대응책 조율"
"신속대응 배경엔 동맹 신뢰…러 타격 최대화하고 푸틴 능력 약화 초점"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해 단시간에 혹독한 제재를 가할 수 있었던 것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을 반면교사로 삼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 국제사회로부터 제재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당시 제재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거나 러시아가 보복 조처를 우려할 정도로 위협적이지 못했다는 뜻일 수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일(현지시간) 2014년의 제재는 지금보다 범위가 더 좁았을 뿐만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추가로 영토를 얻어내려는 것을 제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당국자들은 당시 경험으로부터 유럽과 미리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고 최대한의 영향을 미치도록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번 대규모 제재를 주도한 미측 관료는 월리 아데예모 재무무 부장관, 달리프 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재무부 테러자금 담당 차관보, 피터 해럴 백악관 국제경제·경쟁력 담당 선임국장이다.
이들은 모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를 만들 때 깊이 관여했는데, 이 경험이 이번 제재 준비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폴리티코의 설명이다.
한 재무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동맹과 정보 공유를 확대한 데 대해 "오바마 행정부 때는 정보 원천과 방법을 보호하려는 이유로 그렇게 하는 데 더 큰 저항이 있었다"며 "동맹에 정보를 제공할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2014년의 또 다른 교훈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그동안 구축해둔 대규모 전쟁자금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결국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가장 가혹한 제재를 유럽 등 동맹과 보폭을 맞춰 매우 빠른 속도로 러시아에 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재무부 당국자는 이런 협력은 서로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이 신뢰가 빠른 대응 측면에서 우리를 더 날렵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지난해 제재를 더 효과적으로 하고 사전에 동맹과 좀 더 긴밀하게 조율할 방법을 찾기 위한 검토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런 준비 결과로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1월 제재 옵션을 제안하라고 지시했을 때 상당히 품을 들여야 하는 일들의 많은 부분이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핵심 목표는 러시아에 대한 타격을 최대화하되 미국과 유럽의 충격은 최소화할 것,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이고 중대한 타격을 줄 것, 장기적으로 권력을 노리는 푸틴의 능력을 약화할 것이었다.
당국자들은 몇 달간 러시아 대형 은행의 제재부터 시작해 첨단기술 분야의 수출통제,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 재벌 등 개인 제재를 놓고 다른 나라의 파트너들과 협력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제재 폭탄'이 투하된 이후 러시아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 국민이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현금을 찾기 위해 패닉에 빠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하이디 크레보-레디커는 폴리티코에 "푸틴은 동맹이 어느 정도로 협력할지를 매우 과소평가했다"면서 미 당국이 준비된 각본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애덤 포슨 회장도 동맹을 함께 모을 수 있었다는 점은 외교적 성공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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