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남부 헤르손 점령…피란민 한주새 100만명 넘어

입력 2022-03-03 12:02   수정 2022-03-03 13:39

러, 남부 헤르손 점령…피란민 한주새 100만명 넘어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 포위돼…3일 2차 회담서 '휴전 타결' 기대 어려워
유엔 규탄결의·경제제재로 러 압박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 8일째를 맞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완강한 저항에도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를 집중 공격중이며 이날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점령했다. 또 흑해 변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도 포위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러시아군은 탱크부대 등 대규모 병력을 키이우 인근 25㎞까지 전진배치했다.
유엔은 지난달 24일 개전한 이후 한 주새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피란민이 100만명이 넘었다고 집계했다. 민간인 피해도 계속되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내 전쟁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러, 마리우폴 15시간 연속 폭격…"인도적 참사"
러시아군은 3일 키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 마리우폴 등지를 겨냥해 거센 공세를 이어갔다.
키이우 인근에 배치된 군용 차량 행렬과 관련, 연료 보급 등 내부 사정으로 진격이 정체됐다는 보도도 나오지만 대규모 공격을 위해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무려 15시간에 걸쳐 포격과 공습을 가해 '인도적 참사' 수준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러시아군이 수 ㎞ 거리를 두고 도시 사방을 포위한 채 야포와 다연장 로켓, 항공기 등을 총동원해 시내 핵심시설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희생자 수를 세지 못했으나, 최소 수백명이 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 지역과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이어줄 수 있는 러시아군의 핵심 전략 목표다.
이와 함께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헤르손을 점령했다.
이고르 콜리카예프 헤르손 시장은 "러시아군이 거리에 진입해 시의회 건물까지 뚫고 들어왔다고 시내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침공 이후 러시아군이 주요 도시를 점령한 것은 헤르손이 처음이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에 대한 공습도 이어갔다. 올레그 시네후보프 하르키우 행정국장은 하루 새 최소 21명이 숨지고 112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 러·우크라 3일 2차 회담 예정…"타협점 마땅찮다"
러시아군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양측의 인명피해도 급격히 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일 처음으로 자국군 인명피해를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자국 병사 498명이 숨졌고 우크라이나 병사는 2천870명이 사망했다고 밝혀 우크라이나 측의 집계와 큰 차이가 났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일 러시아군을 최소 5천840명 사살했다고 집계했다.
민간인 인명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개전 이후 최소 민간인 2천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했고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달 1일까지 확인된 민간인 사망자만 227명이라고 밝혔다.
평화 협상도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3일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주(州) 벨라베슈 숲에서 휴전을 위한 두번째로 회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측간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AP 통신은 진단했다.
유엔은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과 즉각 철군 요구 등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럽연합은 같은 날 러시아 은행 7곳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도입했다.
이와 관련해 SWIFT는 12일부터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은행 7곳과 러시아 내 자회사를 결제망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등의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증거 수집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 "3차 대전 일어나면 핵전쟁"…핵위협으로 맞선 러시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일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3차 세계대전'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자체 핵무장을 위한 기술적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하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핵무기 보유 억제를 위해 군사작전을 벌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의 SWIFT 결제망 퇴출을 결정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핵전력 운용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의 '3대 핵전력'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폭격기를 운용하는 전략로켓군과 북해·태평양함대, 장거리항공사령부 등 3개 부대가 준비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경제제재에도 다양한 대응책으로 맞서고 있다.
러시아 금융당국은 2일까지 사흘 연속 주식시장을 열지 않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인 루블화 매입 거래 외엔 다른 외환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또 1만 달러(약 1천200만원)를 초과하는 외화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한 데 이어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내 자산 회수도 제한해 '환란'에 대비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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