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채권·금 등 안전자산 선호 뚜렷…러시아 펀드는 환매 중단
유가 상승에 물가 부담 가중…정부, 유류세 인하 연장 등 대응 방안 마련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일주일간 국내 금융 시장은 관련 뉴스에 출렁였다.
주식시장은 침공 소식이 전해진 당일 급락세를 보였고 달러, 금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나타났다.
러시아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치솟는 유가에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 연장 등 대응에 나섰다.
◇ 주식시장, 급락 후 안정…달러·채권·금 등 안전자산 선호 뚜렷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2,703.52로 장을 마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4일부터 4거래일간 16.01포인트(0.59%)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895.45로 마감해 같은 기간 18.12포인트(2.07%)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진 당일 코스피는 2.60%, 코스닥지수는 3.32% 각각 급락한 바 있다.
그러나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이후 3거래일 연속 동반 상승하면서 안정을 찾고 있다.
외환시장 및 채권시장에서는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206.1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전자산인 달러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4거래일간 12.5원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3bp(1bp=0.01%포인트), 10년물 금리가 10.9bp 각각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 대한 우려 등으로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웠던 국고채 금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의 상승을 뜻한다.
대표적 실물 안전자산인 금값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날 7만4천37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지난주 후반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제한되고 있고 외국인 채권자금의 경우 유입세가 지속되는 등 긴장감 속에서도 충격이 크게 확산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관계 기관의 공조 체계 등을 통해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고 금융권 외화 유동성 관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러시아 펀드 환매 중단…러시아 ETF는 '단일가 매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러시아 투자에 나선 국내 투자자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러시아 증시의 폭락 여파로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의 환매는 중단되는 상황이다.
러시아 대표 주가지수 RTSI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하루에만 38.30% 폭락하는 등 곤두박질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증시 휴장에 들어간 상태다.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내 자산 회수도 제한했다.
이에 한화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은 잇따라 러시아 펀드 환매 및 신규 매입 중단에 나섰다.
MSCI 러시아지수(MSCI Russia 25% Capped Index)가 기초자산인 상장지수펀드(ETF) 'KINDEX 러시아MSCI(합성)'에 대한 과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가 지수가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결과다. 개인은 이 ETF의 급락이 나타난 지난달 28일부터 6거래일간 해당 ETF를 279억원 순매수했다.
이에 ETF의 순자산가치 대비 괴리율이 벌어지면서 한국거래소는 'KINDEX 러시아MSCI(합성)'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상황이다. 이 ETF는 이날부터 3거래일간 단일가 매매가 시행된다.
◇ 유가는 고공행진…물가 부담 가중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고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돌입하면서 유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해진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일(현지시간)에는 110달러까지 넘어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21.4원 올라 6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안 그래도 부담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동맹국 간 비축유 방출에 협력하고 유류세 20% 인하 조치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유류세 인하는 오는 4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정부가 또 오는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서 촉발된 생활물가 급등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응책을 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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