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난해 공시위반 87건 제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코스닥기업 A사는 이사회에서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전환사채 발행 조건에는 사채권자에게 정기예금과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약정이 달렸다. A사는 공시를 위해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이러한 담보 제공 약정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A사의 공시 누락이 중대한 공시 위반이라고 판단, 공시 위반 제재 가운데 '중조치'에 해당하는 과징금(4천870만원)을 지난해 부과했다.
금융감독원은 "전환사채 발행 때 사채권자에게 담보 제공을 약정하는 것은 투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거래에 해당하므로, 기업은 이사회 의사록에 약정내용을 명시해 결의하고, 주요 내용을 주요사항보고서 등 공시서류에 기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장법인의 사채발행 시 담보 제공 등 약정 체결 여부는 회사의 시장가치 판단에 중요한 고려 요소이고, 사채권자가 페이퍼컴퍼니 등으로 실체가 불분명하다면 거래의 실질이 은폐돼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자가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전환사채의 담보 제공 약정을 공시하지 않는 행위가 중대한 공시 위반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종전에 있었지만 지난해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이러한 행위가 부당거래행위로 인정됨에 따라 금융당국도 논란의 소지 없이 중대한 공시 위반으로 판단,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신고서 정정을 하지 않은 B사에도 지난해 과징금(2천만원)이 부과됐다.
B사는 보통주를 모집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청약일 전에 반기보고서가 확정됐는데도 이를 반영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들 2개 기업을 포함해 73개사의 공시 위반행위 87건에 대해 제재 조치했다고 3일 밝혔다.
제재의 수위는 중조치가 21건, 경조치가 66건이다.
중조치는 공시 위반의 동기가 중과실·고의로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공시위반을 제재하는 것으로 과징금, 증권발행제한, 과태료가 그에 해당한다.
경조치로는 경고와 주의가 있다.
위반 기업 가운데 상장법인의 비중은 30.1%로 나타났다.
위반이 발생한 공시의 종류는 사업보고서 지연제출 등 정기공시 위반이 35건으로 가장 많고, 주요사항공시와 발행공시 위반이 각각 25건과 18건으로 뒤를 이었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회사의 공시능력 강화를 계속해서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자금 조달 관련 공시위반이 불공정거래와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면 불공정거래 조사부서와 협력해 신속하게 조사 후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시의무를 반복해서 위반하는 기업에 실효성 있는 제재가 적절한 때 부과되도록 제재 절차 개선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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