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탈출 보장 위해 군인에게 지시…학생 수천명 아직 발묶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현지 인도인의 안전한 대피에 대해 논의했다.
인도 외교부는 2일 오후(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이 이날 통화를 하고 하르키우(하리코프) 등에서 많은 인도 학생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두 정상이 인도 국민의 안전한 대피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푸틴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모든 필요한 지시가 내려졌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인도 국민의 안전한 탈출을 보장하라고 군인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크렘린궁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주러시아 인도대사관은 이날 자국 학생들에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하르키우를 즉시 떠나라고 공지했다.
인도대사관은 차량이나 버스를 구할 수 없으면 걸어서라도 인근 도시로 이동하라고 조언했다.
인도 정부는 현재 헝가리, 루마니아, 폴란드, 몰도바, 슬로바키아 등 우크라이나 접경국에서 자국민과 개도국 국민의 대피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교팀은 물론 장관 4명도 접경국으로 파견됐다.
인도 정부는 이날 지금까지 특별기를 동원해 3천300여명의 자국민을 본국으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침공 이전 우크라이나에는 약 2만명의 인도인이 체류한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아직 많은 이들이 탈출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외국인 유학생 7만6천명 가운데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인도 학생의 경우 수천명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상당수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에 격렬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하르키우에서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현지 인도 학생들은 인도 당국의 대응에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1일에는 하르키우에서 식료품을 사려던 한 인도 학생이 포격으로 숨지기도 했다.
하르키우의 지하 벙커에 대피한 인도 학생 소우미아 토마스는 영국 BBC뉴스에 "인도 정부가 곧 움직여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내 친구는 죽었고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하르키우를 빠져나온 학생 반비 바티아는 인도 일간 더힌두에 인도대사관의 공지가 너무 촉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나빴다면 정부는 왜 더 일찍 우리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말하지 않았는가"라며 "모두가 그렇게 서둘러 탈출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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