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통제되는 가스관, 사이버 공격에 취약…전력대란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각종 제재가 이어지자 러시아가 미국의 기간망을 노리고 사이버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지난주 에너지 기업 임원들에게 '가능한 최고 수준'으로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산업무역기구에 보낸 서한에서 "아직 러시아로부터 구체적인 위협은 없지만, 미국 정부는 에너지 분야 기업들과 함께 모든 지정학적 우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와 관련, 폴리티코는 가장 우려되는 분야로 가스관과 가스관을 통해 대부분의 연료를 공급받는 가스 발전소를 꼽았다.
석유 발전소의 경우 대형 탱크에 연료를 보관하거나 유사시 트럭을 통해 연료를 나를 수 있지만, 가스 발전소는 가스의 보관이나 운송이 쉽지 않아 가스관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는 구조다.
문제는 가스관을 통제하는 방식이 과거와 달리 대부분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방식이 적용되면서 사이버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커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미국 최대 석유정제제품 송유·가스관 회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서 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겨 동부 지역에 연료 부족과 가격 급등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만약 가스관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가스발전소 운영이 어려워지면 미국은 전력 대란에 빠질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전체 전력 생산에서 가스발전이 차지한 비중은 37%로 10년 전보다 12%포인트 올라갔다.
이처럼 가스발전은 해킹 등에 대한 위험은 크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사이버 보안 회사인 블랙 카이트의 2021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회사의 28%, 천연가스 분야 기업의 25%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랜섬웨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랜섬웨어란 컴퓨터의 데이터를 훼손해 정상 작동을 방해한 뒤, 기능을 복구하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의 악성 프로그램이다.
미국 보수매체 폭스뉴스도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싱크탱크인 벨퍼센터 폴 콜베 소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번 제재를 경제 전쟁의 한 종류로 보고 있다"며 "그들은 이에 대응해 사이버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목표물 공격이 특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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