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키이우 향한 러 64㎞ 진군행렬 연료 떨어져 멈춰"(종합)

입력 2022-03-03 19:57   수정 2022-03-04 12:34

[우크라 침공] "키이우 향한 러 64㎞ 진군행렬 연료 떨어져 멈춰"(종합)
미, 사흘째 정체 관측…"휘발유 이어 식량도 동나기 시작"
남부 마리우폴 포위…"제2의 레닌그라드 만들려 한다"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이의진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위협하던 러시아의 긴 차량행렬이 작전상 대오가 아니라 보급 차질 때문에 진군을 멈췄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ITV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많은 사례를 고려할 때 행렬에 말 그대로 연료가 떨어졌다"며 "이제 러시아는 병사들에게 먹일 음식까지 동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민간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무려 64㎞에 이르는 러시아군 차량 행렬이 키이우 도심에 27㎞ 정도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국방부 분석에 따르면 키이우를 향한 러시아 진군은 사흘째 멈춰있는 상태다.

장갑차, 탱크, 대포, 지원차량 등으로 구성된 이 행렬은 키이우 포위 작전과 무차별적인 포격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렀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키이우를 향해 거의 나아가지 못했다"며 "아마도 보급 문제가 계속된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전장에서 군용 차량의 행렬이 이렇게 길게 늘어서는 것은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 공습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도 키이우를 향한 러시아군 병력 행렬이 같은 이유로 정체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사흘간 식별할 수 있는 진전이 거의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완고한 저항과 기계 고장 등이 정체 이유"라고 설명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밤새 인명피해가 없었으며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리치코 시장은 야간에 발생한 폭발은 러시아군 미사일을 요격한 것이라며 난방 시설이 일부 파괴됐으나 수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방 군사·정보 당국은 주요 도시를 공략 중인 러시아군이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제외하고는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침공 이후 주요 도시를 점령한 것은 헤르손이 처음이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양측의 치열한 교전이 펼쳐지는 제2 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하리코프), 수도 키이우 북쪽의 체르니히우, 남부 마리우폴을 러시아군이 아직 점령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포위됐다고 우크라이나 내무부의 안톤 헤라슈첸코 보좌관이 3일 밝혔다.
헤라슈첸코 보좌관은 "점령자들(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포위된 레닌그라드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도 러시아군이 외부에서 물자 공급이나 도시 밖으로 대피와 같이 도시 내외 왕래를 차단했다면서 "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 레닌그라드의 상황처럼 식량 공급을 막고 도시를 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닌그라드 전투는 역사상 최악의 '포위전' 사례로 꼽힌다. 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인 레닌그라드는 독일군에 900일 가까이 포위됐으며 그 기간 100만 명 이상이 기아와 질병, 포격으로 사망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연설 영상을 통해 러시아군을 상대로 자국군이 잘 버티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국군의 방어선이 러시아군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있다며, 연일 해외에서 무장을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군이 전략을 바꿔, 도시 내 민간인을 겨냥해 포격을 감행하고 있다면서 이런 사실 자체가 속전속결을 노렸던 러시아의 초기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군사·기반 시설을 동시 공격해 무력화한 후 정권의 항복을 빠르게 받아내려 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군은 초기에 민간인을 노린 무차별 공격은 자제하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주요 도시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pual0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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