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사업 얘기만 합시다"…입 꾹 닫은 MWC 참가 러시아기업

입력 2022-03-03 22:57   수정 2022-03-09 21:26

[우크라 침공] "사업 얘기만 합시다"…입 꾹 닫은 MWC 참가 러시아기업
러시아 기업 소수 참가…정부·기관 소개하는 러시아관은 설치 불허
일부 부스는 직원도, 홍보물도 없이 텅 비어…다른 전시관보다 한산





(바르셀로나=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이 부스는 처음부터 비어있었어요. 정치 문제 때문에 직원들이 스페인에 입국을 못 했거든요."
3일(현지시간) 오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러시아 기업들이 모여있는 전시관을 찾았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010년 출범한 IT 솔루션 기업 '시그마 메시징' 간판이 걸려있는 공간은 텅 비어있었고, 회사를 소개하는 홍보물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바로 옆 부스를 지키고 있는 '메치콤 알파' 직원에게 '시그마 메시징' 직원은 어디에 있냐고 물으니 그 회사에서는 최근 상황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말해줬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직원에게 MWC가 끝나고 러시아로 돌아갈 때 어려움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미안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인터뷰를 거절했다.
사이버 보안 회사인 'AV소프트' 직원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MWC에 참가하기가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사업 관련 이야기만 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디지털 솔루션 기업 '셀렉티' 부스를 지키고 있던 직원은 "나는 모스크바 출신이기는 하지만 회사는 헝가리에 있다"며 전쟁에 관한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 기업들은 한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등 각 국가 이름을 내건 전시관이 많은 피라 그란 비아 제5홀에 모여있었다.
MWC를 주관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는 움직임에 맞춰 전시장에 '러시아관'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이미 참가 의사를 밝힌 러시아 기업의 개별 참가는 허용했다.





이날이 MWC 2022 마지막 날이라 사람이 많이 빠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러시아 기업 전시관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다는 느낌을 자아냈다.
상담을 받거나, 질문을 하는 관람객도 적은 편이었거니와, 각 부스를 담당하는 직원도 많지 않았다.
같은 시간 러시아 기업 전시관 맞은편에 있는 프랑스관은 러시아 기업 전시관과 비교해봤을 때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한국관 역시 몇몇 참가 기업들이 철수해 비어있는 부스도 있었지만, 전시를 둘러보는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세계 한 편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MWC에 참가한 세계 유수 통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개막 연설에서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영국 보다폰그룹 CEO 닉 리드는 모바일 산업의 역할을 논하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라고 진단했다.
리드 CEO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세계에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혼란을 동시다발적으로 더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아주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텔레포니카 회장 겸 CEO인 호세 마리아 알바레스 페예테는 "우크라이나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과 같이 21세기 벽두에 벌어지는 실망스러운 사건들을 생각하면 기술은 가치가 부족하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알바레스 페예테 CEO는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고 업계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지금은 갈등이나 대립할 때가 아니다. 전쟁할 때도 아니다"라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함께 개막 연설 무대에 올랐던 마츠 그란리드 GSMA 사무총장은 GSMA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발언으로 청중에게 박수를 받았다고 MWC 소식지 모바일월드데일리가 전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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