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헤르손 점령 러군, 남부해안 완전장악 발판 마련

입력 2022-03-04 06:00   수정 2022-03-04 20:58

[우크라 침공] 헤르손 점령 러군, 남부해안 완전장악 발판 마련
남부에서는 8년 전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군수 지원해 북부 같은 병참 문제 없어
"크림·돈바스 연결, 우크라 흑해 접근 차단이 푸틴의 주요 전쟁 목표"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러시아군이 개전 8일째가 되도록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한 북부지역에서 좀처럼 진격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남부 해안지역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러시아군은 3일(현지시간)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점령했고 아조프해 변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하는 등 남부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제일 목표는 키이우로 진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러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런 의도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이에 못지않게 남부 및 동남부 해안지대를 장악해 이미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거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독립'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것 역시 이번 침공의 중요한 목표라고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해 왔다.
지금까지 전황으로 보면 양대 목표 가운데 하나는 달성이 지지부진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의도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헤르손 점령은 크림반도의 용수 90%가량을 공급해온 북크림 운하에 대한 통제권 회복이라는 점에서도 러시아에 큰 의미가 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후 우크라이나는 북크림 운하에 댐을 쌓아 크림반도로 향하던 물길을 막아버렸고 이 때문에 러시아 국민이 된 이 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용수난을 겪어 왔다.
우크라이나 남부와 북부에서 러시아군의 전과가 이처럼 대조적인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군사적 여건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남부지역은 러시아가 8년 전에 합병한 크림반도가 근접해 있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북부지역에서 겪는 것과 같은 병참의 어려움이 거의 없다고 풀이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은 이미 2014년 크림반도에 진출해 군사작전을 지원할 수 있는 대단히 정교하고 튼튼한 전쟁 대비 체제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키이우 공략을 위해 이동 중이던 북부 전선의 러시아군은 탱크와 장갑차, 지원 차량 등이 무려 60㎞ 이상에 이르는 행렬을 이룬 채 진군하다 "말 그대로 연료가 떨어져" 멈춰 선 상태다.

키이우 방어 등에 집중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해안지역에서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시가전을 벌이기보다는 전략적인 후퇴를 했을 수도 있다. 이고르 콜리하예프 헤르손 시장은 SNS에 "이곳에 우크라이나군은 없다. 살기를 원하는 민간인이 있을 뿐"이라고 알렸다.
러시아군은 헤르손 점령에 만족하지 않고 동남부 아조프해의 마리우폴을 동서 양쪽에서 포위한 채 도심에 맹렬한 포격을 퍼붓고 있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마리우폴까지 장악하면 크림반도에서 돈바스 지역을 연결해 완전한 육지 회랑을 구축함으로써 남부 전선의 군사적 목표 가운데 1단계를 달성할 수 있다.
마리우폴과 반대인 서쪽으로 러시아군이 노릴 목표는 조선산업 중심인 미콜라이우에 이어 흑해 최대의 항구인 오데사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군이 헤르손에 더해 이들 항구도시까지 수중에 넣으면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해안선을 모두 잃게 돼 흑해로 접근할 길이 없어진다.
겐나디 트루하노우 오데사 시장은 뉴욕타임스에 러시아의 목표는 육군과 해군을 동원해 오데사를 포위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흑해 접근을 막아 세계 경제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흑해에 10척의 상륙함을 배치했고 개전 당시 초기 포격의 일환으로 칼리버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전함들을 동원했으나 아직은 해군력을 제한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영국과 미국 정보 관리들이 밝혔다.
그러나 전함들이 흑해 연안을 따라 오데사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목격됐다는 보도도 나와 상륙작전을 통한 오데사 공격이 임박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국 해군 장성 출신인 크리스 패리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러시아군 수륙 양용함 3척이 3주 전에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해 지중해로 진입했다면서 러시아가 병력과 장비, 군용차량을 상륙시켜 우크라이나군의 배후를 치거나 양분한 뒤 오데사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키이우와 하르키우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남쪽"이라면서 "나는 언제나 우크라이나를 흑해로부터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그의 주된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cwhy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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