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원전단지 러시아 포격에 불…제재폭탄에도 푸틴 요지부동

입력 2022-03-04 10:54   수정 2022-03-04 17:26

우크라 원전단지 러시아 포격에 불…제재폭탄에도 푸틴 요지부동
해안봉쇄 전략? 헤르손 점령 이어 마리우폴 포위
제재 따른 국가부도 위험에도 푸틴 '직진'…"최악 상황 아직 오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의 침공이 2주째로 접어든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자포리자주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에 포격을 퍼부어 원전 단지에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을 겨냥한 개인 제재를 가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러시아 경제활동이 타격을 받고 국가 신용등급도 부도위험 수준으로 변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침공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전쟁을 끝낼 것을 촉구했지만 푸틴은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통화를 지켜본 엘리제궁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 러시아, 남부 공략…인도주의 회랑 합의·대규모 공세 예고
러시아군은 이날 동남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 장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포리자 원전 단지 주변까지 포격했다.
이로 인해 원전 단지 일부에 화재가 발생했다.
원전 내 일부 발전시설도 포격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이후 우크라이나 당국은 "원전 시설 외곽에 불이 났다"라고 밝혔다.
유럽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이 원전에는 우크라이나가 가동하는 원자로 15기 중 6기가 있어 파괴로 인한 방사능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군은 흑해와 접한 남부 주요 해안도시를 향해 진군을 서둘렀다.
크림반도와 접한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도시 헤르손은 사실상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동남부 아조프해의 핵심 항구도시 마리우폴도 포위돼 외부 물자 유입이 차단되고 전기, 수도까지 끊어졌다.
러시아는 이들 도시를 장악하면 기존 점령지 크림반도와 친러반군이 있는 동부 돈바스를 연결해 작전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마리우폴에 이어 중남부 미콜라이우, 서남부 오데사까지 잃으면 흑해로 나갈 해안선을 상실한다.
영국 해군 제독 출신인 크리스 패리는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성동격서 전술을 경계했다.
패리는 "모두 (수도) 키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에 관심을 두지만 푸틴 대통령이 중점을 두는 것은 남부"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와 북동부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는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서방 군사정보 당국은 러시아군이 연료와 식량 등 보급에 문제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부 대표단은 벨라루스에서 만나 2차 평화협상을 열고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회랑을 만들기로 했다.
분쟁지에서 인도주의 회랑의 출현은 민간인을 비우고 대규모 폭격이나 지상군 작전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 서방 제재 폭탄 계속 투하…러 신용등급 '국가부도 위험'
러시아 침공에 맞선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재는 이날도 계속됐다.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러시아 기간산업에서 영업하는 신흥재벌 '올리가르히' 19명과 가족 47명의 입국을 금지했다.
러시아 철강·광물업체인 메탈로인베스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가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의 유도 연습 상대인 건설업자 아르카디 로텐베르그, 가스관 전문 건설회사 스트로이가스몬타슈의 주주인 보리스 로텐베르그, 송유관 업체 트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도 포함됐다.
영국도 우스마노프, 이고르 슈바로프 전 부총리 등의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금지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들을 겨냥한 이 같은 개인 제재 때문에 푸틴 대통령 주변에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방은 무역과 자본조달을 막아 러시아를 고립시켜 경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례 없는 경제제재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주요 은행을 국제결제망에서 퇴출하고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며 핵심 부품이나 기술의 이전을 차단하는 수출규제까지 부과했다.
이 같은 제재의 여파로 러시아의 통화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국가신용등급도 강등됐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졌다며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CC-로 8단계나 강등했다.
S&P는 추락하는 루블화 가치를 떠받치려고 러시아가 취하는 일련의 자본통제 때문에 부도 위험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다른 신평사인 무디스, 피치도 앞서 채무불이행 우려를 제기하며 러시아 신용등급을 정크(투기등급)로 6단계 깎아내렸다.


◇ 푸틴은 요지부동…"특수작전 차질 없이 진행중"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맹비난과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전쟁을 계속 밀어붙이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는 이날 국가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탈군사화', '탈나치화'를 다시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날 90분 동안 이어진 전화통화에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중립국화를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자신을 속이고 있으며, 그 때문에 러시아가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고립돼 약해지며 장기간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은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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