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직원들 심리적 압박·탈진 상태…상황 우려"
"하루 한끼만 먹고 옷 껴입은 채 테이블서 쪽잠…러 병사도 물품 부족"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러시아군에 인질로 잡힌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이 신체적, 정서적 탈진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3일(현지시간) 전해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러시아군에 인질로 잡혀있는 체르노빌 원전 직원들이 심리적 압박과 탈진 상태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규제당국, 국가 운영자로부터 체르노빌 현장 직원들이 외부로 연락하거나 이동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정비·수리 작업을 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는 공동 호소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우크라이나의 상황 악화, 특히 안전·안보 위협 없이 계속 가동돼야 하는 우크라이나 원전 상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들 직원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휴식과 교대 허용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체르노빌 한 직원의 친척을 인용, 직원들이 지난 일주일간 깨끗한 옷이나 담요 없이 하루에 한 끼만 받으며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르노빌 원전에 있는 친척과 휴대전화로 연락할 수 있었다는 나탈리아(가명)는 "직원들이 사무실과 사물함에 남아있는 사탕과 비스킷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직원들을 지키는 러시아 군인들 역시 보급품이 부족해 인근 마을로 내려가 식량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병사들은 직원들을 존중하고 있으며 학대를 하지는 않았다고 그는 전했다. 다만 추위 때문에 열악한 환경이라고 했다.
그는 "친척은 운동복을 여러 겹 껴입고 테이블 위에서 잔다고 한다"고 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군과의 교전 끝에 체르노빌 통제권을 빼앗고 직원들을 억류했다.
러시아군이 도착했을 당시 야간 근무자 95명을 비롯해 인근 병원 직원들과 소방관들, 피난처가 필요했던 관광객 4명 등 우크라이나인 총 300명이 안에 있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체르노빌 원전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브(키예프)에서 북쪽으로 약 100㎞, 벨라루스와의 국경에서는 남쪽으로 약 16㎞ 떨어진 곳에 있다.
1986년 폭발사고 이후 반경 30㎞ 지역이 지금까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소개 구역'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돼왔다.
현재 원자로 가동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지만 방사능을 다루는 원전은 안전 관리가 필요해 일부 직원이 상주하면서 유지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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