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해당업체 정지하고 시스템 고도화 검토…피해 건수는 공개 거부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최근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전자제품 판매자가 '자동 구매확정' 기능을 악용해 소비자 수십명의 돈을 떼먹고 잠적했다.
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전남 영광에 사는 주부 김나영씨(가명·50대)는 최근 네이버쇼핑 입점업체 A사로부터 80만원대 건조기를 구매하고 3주 후 도착한다는 업체 통지를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3주를 넘기고도 건조기가 배송되지 않았지만, 그새 자동 구매 확정이 돼 결제액이 판매자에게 입금됐고 주문을 취소할 수도 없었다.
김씨는 환불을 받기 위해 판매자에게 연락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고 네이버 채팅 서비스를 이용한 문의에도 답이 없었다.
김씨는 대책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유사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 게시글 안내에 따라 카카오톡 피해자 모임 단톡방에 들어가 보니 60명 이상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네이버쇼핑 고객센터에 환불을 요구했으며 김씨 등 일부 피해자는 네이버로부터 결제금액을 배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고가 전자제품 배송 기간을 길게 설정한 뒤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더라도 자동으로 구매 확정이 되도록 만든 시스템 때문에 피해자가 엄청나다"며 "네이버쇼핑에서 구매하는 것은 네이버라는 대기업을 보고 사는 데 네이버가 방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구매자가 결제를 완료한 후 배송 완료 조치가 되면 일정 기간 이후 자동으로 '구매확정'으로 인식하고 판매자에게 빠르게 대금을 정산해주고 있다"며 "이번 건은 문제를 일으킨 판매자가 이 정책을 악용해 물건을 보내지 않고도 구매 확정된 것처럼 어뷰징(부정 이용)해 대금을 정산받은 일명 '먹튀'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환불을 진행하고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체를 정지시켰다"며 "장기적인 대응을 위해 구매확정 관련 어뷰징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 고도화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네이버 측은 신고 건수와 환불 금액 등은 대외비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쇼핑 입점업체가 실제 배송과 관계없이 임의로 배송 완료 처리해 일정 기간 후 자동으로 결제액을 입금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배송 업체가 아닌 판매 업체가 배송 완료나 구매 확정을 조작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며 "네이버가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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