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대변인 "방역서 가장 성공한 나라 중 하나" 자찬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취재하는 과정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초강력 방역을 고집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일상회복) 준비를 하는 가운데 중국은 '칭링'(淸零)으로 불리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수정할 생각이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연합뉴스는 로이터, 블룸버그, 타스통신 등 세계 주요 언론사와 함께 우리의 정기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4일)과 전인대 개막식(5일) 취재 허가를 받았다.
중국에서는 정치 현장을 직접 취재하는 게 좀처럼 허용되지 않아 양회 같은 공개 행사에 외신 기자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취재 허가를 받는 게 쉽지 않다.
4일 정오에 시작한 전인대 기자회견은 기자들과 중국 정부 관계자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화상 회견이다.
하지만 방역은 세계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초강력이었다.
전날 오후 3시 호텔에 모여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20시간이 걸렸다.
집결 장소인 베이징 시내 한 호텔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복잡했다.
호텔 입구에서 신분 확인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 휴대전화 건강 코드 미니프로그램인 '젠캉바오'(健康寶) 녹색(정상), 48시간 내 핵산 검사 음성증명서를 보여주고 나서야 로비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호텔 직원들은 방역복에 마스크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투명 아크릴로 만든 보호구까지 착용한 모습이었다.
호텔에서 50m만 나가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담배를 피우며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체크인을 한 뒤 다른 기자들과 함께 차례차례 목구멍을 깊숙이 찌르는 핵산 검사를 받았다.
호텔 관계자는 공지가 있을 때까지 방 밖을 나가서는 안 된다며 음식은 방으로 가져다준다고 안내했다.
한 서양 기자가 "대면 기자회견도 아닌 화상 기자회견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자 옆에 있던 다른 기자가 "이게 바로 중국이 자랑하는 제로 코로나"라고 비꼬았다.
호텔 방에 들어간 지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노크 소리에 방문을 열어보니 방역복을 입은 요원이 탁자 위에 도시락을 놓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객실 방문 앞마다 놓인 탁자의 용도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음식을 직접 전해주는 것도 방역수칙 위반이기 때문이다.
도시락은 향신료가 물씬 들어간 중국식이었으나, 외신 기자를 배려했는지 아메리카노도 한 잔 들어있었다.
그렇게 하룻밤을 호텔에서 보내고 다음 달 아침까지 중국식 도시락을 먹는 '호사'를 누린 뒤 오전 9시께 드디어 버스에 탑승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호텔에서 화상 기자회견 장소인 프레스센터까지는 약 13㎞. 평소였으면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가기 위해 1박 2일간 폐쇄관리를 받은 셈이다.
프레스센터 입구에서 다시 신분 확인을 거치고 나서야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는 최근 지역사회 감염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 고강도 방역 조치를 하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국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외신기자들에게도 비슷한 통제를 적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실제 코로나19 전에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라고 해도 공개된 행사 참석은 어느 정도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코로나19, 미·중 관계, 인권, 리투아니아, 백신 문제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장예쑤이(張業遂) 전인대 대변인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장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로 보든 경제발전 수치로 보든 중국은 모두 세계에서 방역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 중 하나"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당연히 어떤 방역 조치든 대가는 있다"며 "그러나 국민 생명과 안전, 건강과 비교하면 이런 대가는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1시간가량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다시 지정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고, 그제야 귀가해도 좋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5일 오전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전인대 개막식 취재 허가를 받은 일부 기자들은 다시 한번 면봉으로 목을 찌르는 핵산검사와 1박2일 격리를 위해 호텔 로비로 발걸음을 돌렸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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