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코로나19 강제 검사와 도시 봉쇄를 앞두고 외국인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된 가운데, 일부 홍콩인들은 이웃 나라 싱가포르로 '대피'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 보도했다.
지난 1월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홍콩발 여행객은 7천931명으로 전달보다 88% 증가했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홍콩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오는 백신 접종자의 무격리 입국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홍콩인은 비자 없이 90일간 싱가포르에 체류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3월 홍콩발 싱가포르행 항공편이 137편 운항할 예정"이라며 "외국인은 출입이 제한된 상하이로 떠나는 항공편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항공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이들은 이달 중 시작될 계획인 강제 검사를 피하고자 일시적으로 떠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이주를 추진하는 이들도 있다"며 "싱가포르의 학교들에는 홍콩 학부모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탱글린트러스트 학교는 "올해 두 달간 홍콩에서 온 입학 신청이 2021년 한해 전체보다 많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취업 허가와 비자 등 싱가포르에 정착하는 데 장애물이 많음에도 싱가포르는 홍콩인들에게 편리한 도피처로 여겨진다"며 "홍콩의 강제 전수 검사, 도시 봉쇄 우려, 코로나19 감염 시 가족의 분리, 무증상 환자도 정부 격리시설 수용 등의 문제가 긴급 대피 필요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홍콩에 10년간 거주한 미셸 홍은 "도시 봉쇄와 강제 검사 논의에 떠날 결심을 최종 굳혔다"며 다음 주 싱가포르로 떠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그간 아시아 금융 허브 자리를 놓고 홍콩과 경쟁해왔다. 홍콩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홍콩국제보안법 시행 이후 싱가포르의 경쟁력이 상승세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인구는 각각 약 590만명, 750만명이다.
지난 1월부터 홍콩이 코로나19 5차 확산으로 의료 체계가 한계에 다다르고 등교수업이 또다시 중단되는 등 일상이 흔들리자 많은 이들이 인내심을 잃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 명보는 "홍콩에서 5차 확산이 시작된 이래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달 8일 이후 이달 3일까지 모두 1천155명이 사망했다"며 "2020년 이후 코로나19 총 누적 사망자는 1천368명으로 '위드 코로나'로 돌아선 싱가포르(1천40명)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싱가포르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이 홍콩보다 높고, 싱가포르에서는 홍콩보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접종한 이가 많기 때문에 홍콩에서 싱가포르보다 훨씬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홍콩대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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