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언론통제 강화…"군관련 허위정보 최대 징역15년"(종합2보)

입력 2022-03-05 02:33   수정 2022-03-05 06:36

[우크라 침공] 러 언론통제 강화…"군관련 허위정보 최대 징역15년"(종합2보)
BBC "기자들 형사처벌 위험 러시아서 보도 중단…러시아어 서비스는 계속"
노벨평화상 수상 무라포트의 '노바야 가제타'는 전황보도 중단·군관련 기사삭제



(모스크바·런던=연합뉴스) 유철종 최윤정 특파원 = 러시아 의회가 자국 군대 활동에 대해 허위정보를 유포하거나 군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언론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는 일련의 법률 개정안을 4일(현지시간) 채택했다.
러시아의 독립언론이 이미 문을 닫거나 보도를 중단한 데 이어 영국 BBC도 이날 러시아 내에서 기자들의 보도를 일시 중지키로 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앞서 이날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만일 그러한 허위 정보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401명 참석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원은 또 러시아군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도 함께 승인했다.
이밖에 외국이나 국제기구를 상대로 러시아나 러시아인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행위를 한 사람에게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법률도 통과시켰다.
곧이어 상원은 하원을 통과한 이 3가지 법안을 그대로 승인했다.
해당 법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 곧바로 발효한다.
러시아군 활동에 대한 객관적 보도와 러시아군 및 정부에 대한 비판을 극도로 어렵게 할 이 같은 법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러시아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의회 심의를 통과했다. 러시아는 무력 분쟁 상황에서 서방과 정보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이 같은 법률 제정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BBC는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범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에서 기자들과 직원들의 활동을 일시 중지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BC는 "직원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며, 일을 하느라고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에 노출 시킬 준비는 안 돼 있다"고 말했다.
BBC는 그러나 "러시아 밖에서 러시아어 뉴스는 계속 운영할 것"이라며 "정확하고 독립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BBC 방송 웹사이트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 벨레 등과 함께 접속이 차단됐다.


이에 앞서 전날 러시아의 몇 안 되는 독립 언론 가운데 하나인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와 TV 방송 '도즈디'(비)가 검찰과 언론 감독 당국의 압박으로 문을 닫았다.
러시아 검찰은 앞서 에호 모스크비와 도즈디 등이 자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특수군사작전과 관련한 명백한 허위 정보와 극단주의 활동 및 폭력을 촉구하는 정보를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게재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특히 이 매체들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특별군사작전을 '침공'이나 '전쟁' 등으로 표현하고 러시아 군인 피해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 등에 대해 보도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과 관련한 보도에서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만을 전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법률이 발효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대한 객관적 보도는 한층 어렵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편집국장을 맡은 러시아의 대표적 반정부 성향 신문 '노바야 가제타'도 이날 "당국의 검열로 자체 웹사이트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관련 기사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바야 가제타는 이날부터 그동안 해오던 우크라이나 전황 보도를 중단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신문은 그러나 러시아의 경제위기 등 우크라이나 작전 여파와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압 등에 대한 보도는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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