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홍콩 방역] ② 이번엔 중국식 '제로 코로나'

입력 2022-03-06 07:00  

[우왕좌왕 홍콩 방역] ② 이번엔 중국식 '제로 코로나'
강제 전수검사 예정, 도시 봉쇄여부 두고 혼란…'홍콩의 중국화' 가속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코로나19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지자 지켜보던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섰다.
실패로 끝난 홍콩의 '제로 코로나'에서 더 강도 높은 중국식 '제로 코로나'가 도입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홍콩의 중국화'를 가속하는 모양새다.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홍콩국가보안법 제정, 중국에 '충성 맹세'를 요구하는 선거제 개편으로 이미 홍콩은 빠른 속도로 중국화하고 있다.
◇ 중국 코로나19 대응 지휘 직접 나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코로나19를 통제하라"고 한마디 하자 곧바로 중국 인력과 자원이 홍콩으로 밀려들고 있다.
그날 바로 홍콩과의 접경 지역인 중국 광둥성 선전(深?)에 홍콩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관리하는 중국 정부의 지휘 본부가 설치됐다. 중국 정부 각 부처의 고위 관리들이 집결했다.
이후 중국의 방역 전문가와 의료팀이 속속 홍콩에 파견되기 시작했고, 중국 건설 인력이 홍콩에서 임시 병원과 격리 시설 건립에 나서 속전속결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19 대응 전문가팀 수장이 홍콩을 찾아 병원과 방역 현장을 시찰하며 홍콩 전문가들과 회의를 한다.
홍콩 정부는 긴급 상황이라며 비상 지휘권을 발동해 중국 의사와 간호사들이 홍콩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홍콩 정부는 "방역과 관련한 특정한 사람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법적 요건을 면제해 필요할 때 핵심 방역 작업을 위한 중국 본토의 지원과 자원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수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또 요양원 환자 간병을 위한 인력 3천명이 3개월간 임시 고용돼 홍콩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중국 의료진은 홍콩에서 관련 시험을 통과하고 면허를 등록하지 않으면 현지에서 진료할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모든 장애물이 제거되고 있다.
급기야는 중국식 강제 전수 검사가 발표되고 도시 봉쇄 가능성도 부상했다.



◇ 강제 전수 검사 예고해놓고 혼란 키워
지난달 22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3월에 전 시민 대상 3회에 걸쳐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홍콩의 검사 역량 한계로 일부 검체는 중국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선전에 차려진 중국 정부의 지휘 본부에서 전수 검사 등 중요 정책을 만들어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앞서 홍콩에서는 2020년에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수 검사가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강제 검사가 아니었고, 일각에서 생체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검사를 보이콧해 약 170만 명만이 참여했다.
당시 홍콩 정부는 검체를 중국에 보내지 않는다고 했으나 시민들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먼저 검체를 중국으로 보낸다고 밝힌 것이다.
이러한 강제 검사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는데, 지난달 28일에는 보건장관이 도시 봉쇄 가능성을 보태면서 '패닉 바잉'과 함께 대혼란이 시작됐다.
공영방송 RTHK는 "보건장관의 발언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고위 관리가 홍콩의 전수 검사는 도시 봉쇄를 할 경우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 이후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도시 봉쇄 가능성에 놀란 시민들의 사재기가 이어지자 람 장관은 2일 "전면적인 대규모 봉쇄는 없을 것"이라며 침착하라고 당부했으나 여전히 강제 검사와 봉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해 혼란을 키우고 있다.
도시 봉쇄는 '중국식 통제'의 완결판이다.
가장 최근에는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가 33일간 봉쇄됐는데, 주민 1천300만명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 기간 응급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또 식자재와 생필품 부족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아우성이 소셜미디어에 넘쳐났다.
사회주의 체계인 중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장기간에 걸친 도시 봉쇄를 강행한 끝에 결국 확진자를 0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 살아온 홍콩 시민들에게 중국식 도시 봉쇄는 충격으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 '홍콩의 중국화' 가속할듯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됐다.
중국과 영국 간 체결한 '중·영 공동선언'은 홍콩이 중국 반환 이후로도 50년 동안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등의 분야에서 자치권을 인정하는 일국양제 정신을 담고 있다.
중국은 홍콩에서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이 일어난 데 이어, 2019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자 홍콩 손보기에 나섰다.
결국 2020년 6월 중국 정부가 직접 '무소불위'로 평가받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개편해 반대의 목소리가 설 자리를 없애버렸다.
민주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국의 압박 속에 민주 진영 주요 단체들과 빈과일보를 필두로 하는 민주 진영 언론들이 속속 문을 닫았다.
그 결과 친중 진영만 참여한 채 치러진 지난해 12월 19일 실시된 입법회(의회) 선거는 시민의 무관심 속 역대 최저인 30.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국은 시 주석 참석이 예상되는 오는 7월 1일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홍콩을 '안정화' 시키고 싶어한다.
홍콩이 더 이상 매력적인 국제도시가 아닌, 중국의 한 작은 도시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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