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올림픽 때 연기…2013년엔 북한과 긴장 이유로 발사 늦춰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금주 예정됐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연기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과거 지정학적 이유로 ICBM 발사를 연기한 적이 있다면서 3차례 사례를 예시했다.
특히 이 가운데 2차례는 한반도 정세 탓에 연기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미국 국방부는 4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 때 나온 기자의 질의에 추후 답변하는 형식의 이메일을 통해 이런 사실을 소개했다.
국방부는 지난 2일 브리핑 때 책임감 있는 핵보유국의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이번 주 예정된 ICBM '미니트맨 3' 시험 발사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서방과 갈등이 치솟는 와중에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 돌입을 선언하며 서방을 향한 핵 위협에 나서자 미국이 러시아에 상응하는 긴장 완화를 촉구하며 선제적으로 취한 조처였다.
당시 한 기자는 미국이 과거 지정학적 이유로 ICBM 시험 발사를 연기한 사례가 있었느냐고 물었고, 국방부는 이날 이메일로 답변을 내놨다.
국방부 답변에는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3차례 ICBM 시험발사를 연기한 사례가 나오는데, 이 중 두 번이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것이었다.
첫 사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2018년 2월이다.
국방부는 두 번의 ICBM 발사를 예정했다가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같은 해 5월과 6월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미국과 북한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시 북한이 ICBM급인 화성-14호를 비롯해 연중 계속해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며 도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라는 말로 대표되듯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대북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2018년 들어 남북 간 접촉이 이뤄지고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됐으며,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면서 남북, 북미간 대화 재개의 발판이 마련됐다.
당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배려해 2월 예정한 연합군사훈련을 전격 연기했고, 미국은 비슷한 시기 준비했던 ICBM 시험 발사까지 미루는 성의를 보였다.
이런 훈풍은 그해 6월 싱가포르의 첫 북미 정상회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의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관계는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양측은 의미 있는 대화가 없는 가운데 기싸움만 벌이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에 앞서 2013년에도 애초에 4월 예정이던 ICBM 시험발사를 북한과의 긴장을 이유로 5월로 미뤘다고 밝혔다.
북한은 당시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월 초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크게 끌어 올렸다.
북한은 이후 첨단 핵타격 작전이 최종 비준됐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북한이 사거리 3천∼4천㎞인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미 고위 당국자는 언론에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거나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조처를 피하는 게 현명하다며 시험 발사 연기를 결정했다.
댄 파이퍼 당시 백악관 선임고문은 발사 연기가 북한에 대한 굴복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은 2001년에도 전 세계를 경악게 한 9·11 테러, 또 다른 사건들로 인해 그해 9월 예정한 ICBM 시험 발사를 11월로 미룬 적이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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