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방콕·자카르타=연합뉴스) 김범수 김남권 성혜미 특파원 =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역내 각국이 백신 접종 완료자들에 대한 입국 규제를 앞다퉈 완화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크게 낮아지자 역내 국가들이 코로나19 관리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핵심 산업인 관광부문 등 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7일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등에 따르면 세계적 휴양지로 꼽히는 발리섬은 이날부터 코로나19 백신 부스터 샷까지 마친 외국인 관광객의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고, 도착 비자 발급도 재개했다.
관광객들은 발리 도착 즉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해 음성이 나오면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고, 도착 3일째 또 PCR 검사를 해 음성이 나오면 발리섬 이외 다른 인도네시아 지역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 호주 등 23개국에서 발리섬에 오는 관광객에게 도착 비자 발급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 사태 발생 후 2020년 4월부터 무비자 입국,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현지 이민국은 "오늘부터 발리 응우라라이 공항에서만 도착 비자 발급을 재개한다"며 "도착 비자를 소지한 관광객이 출국할 때는 어느 공항에서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작년 10월 14일부터 발리, 빈탄, 바탐 등 3개 섬에 백신접종 완료자의 관광을 허용했으나 격리가 길고 비자 발급, 보험가입 등 입국 조건이 까다로워 방문객이 극소수에 그치자 대폭 정책을 수정했다.
지난달부터 발리에는 일본 도쿄, 싱가포르, 호주에서 오가는 여객기 정기노선이 부활했다.
다만, 인천∼발리 노선 부활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등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광 대국'인 태국은 이달 1일부터 무격리 입국 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입국 첫째날에 이어 닷새째에도 해야했던 PCR 검사를 폐지하고, 신속항원검사 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당국에 보고만 하도록 간소화했다.
태국은 또 무격리 입국시 방문객들이 가입하도록 한 의료보험의 보장 한도를 최대 5만 달러(약 6천만원)에서 최대 2만 달러(약 2천400만원)로 낮췄다.
관광업계가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며 완화를 요구해 온 사안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태국은 이와 함께 인도와의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합의에 따라 지난 4일부터 뉴델리를 포함해 4개 도시 사이에 항공편 운항을 재개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최근 입국 문호를 대폭 확대했다.
싱가포르는 백신접종자 여행통로(VTL) 프로그램을 그리스 및 베트남과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및 양국에서 오는 방문객들은 상호 무격리 입국이 가능해졌다.
또 기존에 VTL을 시행 중이던 인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는 대상 도시를 확대하기로 했다.
인도의 경우, 첸나이·델리·뭄바이를 넘어 모든 도시까지 무격리 입국이 확대된다.
말레이시아 교통부는 백신접종자 여행통로를 싱가포르에 적용한 데 이어 오는 15일부터 태국, 캄보디아로 확대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태국 방콕 여객기는 매일 최대 6편, 쿠알라룸푸르∼태국 푸껫 노선은 매일 최대 4편까지 운항할 수 있고, 쿠알라룸푸르∼캄보디아 프놈펜 노선은 매일 최대 2편까지 띄우기로 합의했다.
필리핀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의 경우 입국 후 시설 격리를 거치지 않도록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최근 3만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태국은 일일 2만명대, 싱가포르는 1만명대이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지난해 델타 변이 확산 때와 달리 대부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했고, 중환자 비율과 사망률이 훨씬 낮다며 국경 문을 열어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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