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병합 공로 '푸틴 측근' 쇼이구…"작전실패 희생양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예상치 못한 저항에 고전하자 승승장구하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과거 소련 붕괴 직전 국가 비상관리국장직을 맡았던 쇼이구는 직업 군인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 10년째 국방장관 자리를 지키며 병력의 현대화·전문화 등 군의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그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전 실시한 러시아 특수부대의 야간 기습작전을 구상하고, 2015년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 때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신망하는 핵심 측근으로 발돋움했다.
효과적인 '전투 기계'이자 '외교 도구'로서의 군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서방과 대치하는 푸틴 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북돋우는 데도 일조한 까닭에 한때 그는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로까지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시작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장기화하자 쇼이구도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작전이 계속해서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쇼이구가 그동안 구축한 막강한 러시아군의 이미지가 흐트러질 수 있고, 이전에 크림반도 등에서 거둔 러시아군의 승리가 평가절하될 수 있다고 WSJ는 예상했다.
쇼이구 스스로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기로 한 푸틴 대통령의 결정에 전적으로 찬성한 것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 침공 시 우월한 병력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군이 곧바로 항복하고, 러시아군이 해방군으로 환영받을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푸틴 대통령의 바람에 제동을 걸지 못한 책임이 일정 부분 쇼이구 장관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WSJ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패로 귀결될 경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책임을 묻기 위한 희생양을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영리 연구·분석기관인 CNA의 러시아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지금은 특히 쇼이구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그는 (푸틴의)군사작전에 찬성함으로써 러시아 군대를 재앙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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