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세계 식량 공급망을 위협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이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가난한 나라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끼고 있는 흑해 지역은 광대하고 비옥한 '세계 곡창지대'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서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이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략전쟁으로 농부들이 대피하거나 싸우러 나가면서 우크라이나의 농지는 사실상 방치되고 밀을 비롯한 농작물을 수출하는 항구는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산 농작물은 서방권 제재로 수출이 금지될 수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수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밀 가격은 이번 전쟁이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55% 폭등했다.
옥수수와 해바라기 오일의 주요 공급국이기도 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휘말리면서 곡물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가 핵심 농작물의 수출 허가제를 도입해 수출을 줄인 영향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가금류와 달걀뿐만 아니라 밀, 옥수수, 해바라기 오일 등을 수출 허가 대상으로 묶었다.
또 일부 농작물 수출을 중단한 데 이어 호밀과 메밀, 소금, 육류 등의 수출을 중단했다.
아르노 쁘디 국제곡물이사회 이사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우크라이나의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올 7월부터 밀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이집트, 레바논 등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빈곤 국가의 식량 사정이 한층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애나 나구르니 미 매사추세츠 앰허스트대 교수는 밀과 옥수수, 보리, 밀가루 등은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 면에서 매우 중요한 곡물이라며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2020년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일어난 대규모 폭발로 주요 곡물 저장고가 파괴된 레바논은 밀 수입량의 60%를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왔고, 러시아는 같은 해 아프리카 지역에 40억 달러(약 4조8천억원)어치의 농작물을 수출했다.
이집트 카이로에 사는 일곱 자녀를 둔 아메드 살라는 "전쟁은 공급부족을 의미하고, 부족은 (가격) 급등을 의미한다"며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에게 재앙"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비료 회사인 노르웨이의 야라 인터내셔널 스베인 토레 홀스더 최고경영자(CEO)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재앙 중의 재앙으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전쟁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은 가난한 나라의 식량 불안정을 가중할 것이라며 "지난 2년간 제대로 끼니를 때우지 못한 사람이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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