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크라 국경에선] 매일 10만명…폴란드 난민 수용 임계점

입력 2022-03-08 11:46  

[지금 우크라 국경에선] 매일 10만명…폴란드 난민 수용 임계점
전쟁 발발 뒤 100만명 넘게 유입…임시 수용시설 체류 환경도 열악해져
국경검문소 통과에만 최소 반나절…정신적 스트레스 호소



(프셰미실·코르쵸바[폴란드]=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7일(현지시간)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 중앙역 4번 플랫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행 열차가 들어오자 우크라이나 난민이 한꺼번에 열차 출입문으로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아이를 간신히 출입문 계단에 올린 한 여성이 미처 발을 디디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 떠밀려 멀어졌다. 엄마에서 떨어진 아이는 공포에 질려 비명 섞인 울음을 터뜨렸다.



열차는 입석과 좌석 구분의 무의미할 만큼 난민으로 빽빽하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몰린 이 역에선 이런 장면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중앙역 역사 안도 인산인해다. 맨바닥에 담요를 깔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등을 맞대고 지내야 한다.
프셰미실 당국은 역사 내 난민 수용 공간이 임계점에 이르자 이날 역사 밖 주차장에 임시로 천막을 세웠다.



최근에는 난민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느라 전세계에서 몰린 기자들의 역사 내 취재도 제한하는 추세다. 기자들을 밖으로 내보내려는 역 관계자와 나가지 않으려는 기자들 사이의 언쟁도 종종 목격된다.
지난달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폴란드로 유입된 우크라이나 난민 수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매일 10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고 있다고 한다.


폴란드 국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난민 수용소가 있는 코르쵸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래 대형마트와 각종 상점이 밀집했던 이곳은 이제 간이침대를 놓을 공간을 더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만원이다.
통로까지 들어찬 간이침대 때문에 걸어 다니기도 쉽지 않다.
난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이들의 체류 환경도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실내에 있는 대형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진동하고, 간이침대 밑바닥에는 여러 종류의 오물이 그대로 방치돼있다. 반려동물의 분비물로 보이는 자국도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화장실 이용도 쉽지 않다. 특히 여자 화장실은 최소 10분 이상 기다려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대기 줄이 길다. 수시로 청소해도 이용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형편이다.



자원봉사자 카샤 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을 거쳐 가는지 또는 체류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아무도 이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국경을 넘기까지의 여정도 만만치 않은 시련의 연속이다.
폴란드를 비롯한 인접국과 이어지는 도로는 전쟁 발발 이후 극심히 정체되고 국경검문소 통과 역시 대기 줄이 길어 반나절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난민들은 전했다.



열차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쟁 발발 이후 일부 철로가 파손된 영향으로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 떨어진 도시 체르카시에서 왔다는 줄리아(29)씨는 "프셰미실과 가까운 메디카 국경검문소까지 오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고 말했다.
무사히 국경을 넘긴 했지만 많은 난민은 여전히 전쟁의 공포와 불안, 불확실한 미래 등에 따른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총동원령에 응한 남편과 아빠를 남겨두고 국경을 넘은 여성과 아이들의 '트라우마'가 크다.
프셰미실 중앙역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는 벨기에 출신 조단 티센(22)씨는 "두통, 복통으로 의료실을 찾는 난민이 많은데 이는 전쟁 트라우마의 영향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겉으로 미소를 잃지 않고 태연한듯 보이지만 이는 애써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라며 "전쟁으로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피란살이를 해야 하는 고통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는 우크라이나인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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