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방, '유대인 학살' 나치 스와스티카 문양에 견주어 비판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알파벳 'Z'가 러시아에선 '전쟁 지지'의 상징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물론이고, 정치권, 스포츠계까지 전쟁 지지 상징으로 Z자를 앞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 상징을 과거 나치 독일의 상징인 스와스티카(?)에 빗대며 러시아의 정치 선전을 비판하고 있다.
CNN방송은 러시아 청년들이 'Z' 문양 상의를 입은 채 국기를 들고 있는 정치선전 동영상이 러시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이 동영상에서 청년들은 "러시아를 위해! 대통령을 위해! 러시아를 위해! 푸틴을 위해!"라고 소리친다.
러시아 카잔의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는 말기암의 어린 환자 등이 눈밭에서 Z자 모양으로 줄을 서기도 했다.
해당 병원장은 "환자들과 직원 등 총 60명 정도가 전부 참여해 Z자 모양을 만들었다"며 "왼손에 루한스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국기를 들고, 오른손 주먹을 꽉 쥐었다"고 밝혔다.
LPR, DPR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독립을 선언한 자칭 국가다. 친러 세력인 이들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반군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두 곳의 독립을 승인하는 것으로 이번 전쟁의 막을 올렸다.
러시아 국방부도 인스타그램에 키릴문자가 아닌 Z를 활용한 게시물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러시아 체조 국가대표인 이반 쿨리악은 지난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계체조 월드컵에서 'Z' 표시를 유니폼에 붙이고 시상대에 올랐다.
쿨리악은 평행봉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는데, 우크라이나의 일리야 코브툰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당당한 모습으로 같은 시상대의 꼭대기에 섰다.
러시아 하원 의원인 마리나 부티나는 옷깃에 'Z' 표시를 한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형제들. 우리는 함께합니다. 영원히"라고 말했다.
부티나는 '미인계'로 미국 보수 정치권에 침투하려 했다가 발각된 '스파이' 출신이다.
Z 기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달 하순이었다.
우크라이나 국경 쪽에 집결한 러시아의 탱크, 미사일 발사대, 트럭 등에서 처음 목격되면서 정확한 의미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했다.
피아 식별 표시라는 분석이 유력한 가설로 등장했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소설 속 캐릭터 쾌걸 조로의 Z를 상징한다', '러시아어로 서쪽(자파드)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제1 표적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가리킨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어로 '자'(za)는 '~를 위하여'라는 뜻인데, 그런 의미에서 '승리를 위하여'라는 뜻을 담은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돌았다.
러시아에서 쓰는 키릴문자 'З'(제)가 아니라 비슷한 음가의 영문 알파벳 Z를 표기한 이유도 알려진 바 없다.
극우 성향 민족주의 활동가 안톤 데미도프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글자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어떤 위치에서 쓰이는지가 중요하다"며 "우리 대통령을 지지하고,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군 장병을 지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던 나치 독일의 스와스티카를 거론하면서 의문의 Z자에 담긴 메시지를 분석했다.
그는 트위터에 Z를 스와스티카와 유사한 형태로 겹친 그림을 올리고 "1943년, 독일 작센하우젠에 '스테이션Z'가 있었다. (유대인 등) 대량학살이 자행된 곳이다. 그 뒤에 총을 쏘는 장치와 가스실이 있었다. 이것이 러시아의 세계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러시아가 내세우는 전쟁의 명분을 반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는 '신나치' 세력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점령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비나치화'를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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