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석유 없는 세계' 올까…에너지업계 고민

입력 2022-03-08 13:15   수정 2022-03-08 14:42

[우크라 침공] '러시아 석유 없는 세계' 올까…에너지업계 고민
러시아에 공들였던 석유 메이저들 대규모 손실 위기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 등이 러시아 석유 수입을 금지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세계 에너지 산업이 러시아산 석유 공급이 끊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유가는 중국 경제성장 붐이 원자재 시장을 견인했던 2008년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브렌트유는 이날 한때 배럴당 140달러에 근접하기까지 했다. 니켈과 알루미늄 등 금속 가격도 함께 폭등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 중 하나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유럽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힌 것이 공급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러시아 석유에 많이 의존하는 유럽의 입장은 미국과 다르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러시아 천연가스와 석유, 석탄을 계속 사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제재에서 에너지는 제외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렇지만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가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서방 정책결정자들이 에너지 비용 상승을 감내할 의지가 있다는 새로운 신호라고 WSJ은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 석유의 수입이 금지돼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혼란이 생길 가능성에 트레이더들은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러시아 원유와 정유 제품 수출은 세계 석유 수요의 7.5%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정유업체는 수입을 중단했다. 에너지 제재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수입에 필요한 자금과 이를 실어 나를 유조선을 찾기 어려워졌고 제재 위반 가능성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석유의 세계적 유통 흐름을 재편해야 한다. 유럽은 북해, 서아프리카, 중동의 원유를 더 사야 한다. 그러나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며, 수요 증가로 원유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 공백을 다 채우기도 힘들다.

하루 최대 80만배럴의 러시아 우랄유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 유럽으로 들어온다. 러시아산이 금지되면 이들 나라는 큰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은 "석유 제재 시 드루즈바로 들어오던 원유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정유업체들이 러시아 원유를 싼 가격에 들여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수입할 수 있는 러시아 원유도 한계가 있다.
미국과 동맹국은 유가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석유의 대체재로 적대적 국가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 제재 완화를 검토 중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산 원유도 수출길에 오르게 된다.
WSJ은 이미 올해 들어 58% 오른 유가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지 아니면 추가 상승할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응에 크게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OPEC과 러시아 등이 모인 OPEC플러스(OPEC+)는 지난주 미국의 대량 증산 요구를 일축하고 소폭 증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배럴당 130달러의 높은 유가로 인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한다면 자세를 바꿀 수도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했다.
폴 호스넬 스탠다드차타드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OPEC이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한다면 러시아와 함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과 셸, 엑손모빌 등 지난 수십 년간 러시아에 많은 투자를 했던 석유 메이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사업 철수를 발표한 뒤 막대한 자금을 회수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WSJ은 지적했다.
BP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지분 약 20%를 모두 처분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존 소어스 사외이사는 지난해 장부상 140억달러(약 17조3천억원)에 달했던 BP의 로스네프트 지분 가치가 현재는 "제로(0)에 가깝다"고 말했다.
셸은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프로젝트에 95억유로(약 12조7천억원)를 투자했는데 이는 대폭 상각 처리될 것이라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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