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세포 302개 하등동물 선충도 득실 따져 전략적 선택

입력 2022-03-08 15:45  

신경세포 302개 하등동물 선충도 득실 따져 전략적 선택
유충기 예쁜꼬마선충은 잡아먹고 성체는 쫓아 영역 확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은 860억 개에 달하는 뇌 신경세포(뉴런)를 이용해 복잡한 결정을 내리지만, 뇌 신경세포가 302개에 불과한 선충(線蟲)도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솔크 연구소'에 따르면 솔크 분자 신경생물학 실험실의 스리칸트 찰라사니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선충의 일종인 '프리스티온쿠스 파키피쿠스'(Pristionchus pacificus)가 먹이 활동에서 보인 전략적 선택을 분석한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P. 파키피쿠스가 먹이이자 경쟁자인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을 물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살폈다.
예쁜꼬마선충을 물어 죽여 포식할 것인지 아니면 무는 행동으로 쫓아버리는지를 본 것이다.
그 결과, 쉽게 죽일 수 있는 유충기의 예쁜꼬마선충에 대해서는 포식 전략을 택하지만 죽이기 어렵고 먹이 경쟁에서 질 수 있는 성체 예쁜꼬마선충은 쫓아내는 영역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P. 파키피쿠스가 자신의 행동에 따른 잠재적 결과의 비용과 이득을 따져 두 가지 전략 중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행동은 척추동물에서는 관찰되지만, 선충과 같은 하등 동물에서는 전혀 예기치 못한 것이다.
논문 제1 저자인 캐슬린 꾸앗 박사는 "과학자들은 선충을 늘 단순한 하등동물로만 여겨왔으며, P. 파키피쿠스가 무언가를 물 때는 포식 목적만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예쁜꼬마선충을 무는 같은 행동을 이용해 장기적으로 다른 목적을 달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 파키피쿠스가 포식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활용해 성공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영역 확보를 달성한 점을 알고는 놀랐다"고 했다.
찰라사니 부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선형동물과 같은 하등 생명체를 이용해 목표지향적인 복잡한 결정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두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행동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하등 생명체조차 여러 가지 전략을 갖고 있고 특정 상황에 맞는 전략을 골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인간과 같은 더 복잡한 생명체에서 비슷한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지원을 받아 이번 연구를 진행했으며, 앞으로 P. 파키피쿠스가 내리는 전략적 결정이 원래 정해진 것인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는 것인지를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추가적 연구는 의사 결정의 분자적 토대를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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