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린치금지법안' 최종 의결…대통령 서명만 남아

입력 2022-03-09 07:35  

美의회 '린치금지법안' 최종 의결…대통령 서명만 남아
린치를 증오범죄로 규정…가해자 최대 징역 30년 처벌 가능
1955년 린치로 사망한 시카고 흑인 소년 에멧 틸 이름 붙여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형사 처벌 권한이 없는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인에게 임의로 가하는 사적 형벌(私刑), 즉 린치(Lynch)를 연방 증오 범죄로 규정한 법안이 미국 연방 의회를 최종 통과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연방 상원은 전날 '에멧 틸 안티 린칭 법안'으로 이름붙인 '반(反) 린치 법안'을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앞서 하원은 지난달 28일 이 법안을 422대3, 압도적 표차로 가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절차를 거쳐 공표되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척 슈머 상원 다수당 대표(민주·뉴욕)는 법안이 통과된 후 "린치 금지 입법 노력이 의회에서 200여 차례나 무산된 끝에 결국 법안이 승인됐다. 오랜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사망 또는 부상을 초래한 린치를 '인종차별 또는 편견에 근거한 범죄'로 규정하고 가해자를 최대 징역 3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시카고 남부 흑인 다수 거주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바비 러시 연방하원의원(민주·일리노이)은 2020년, 65년 전 백인에게 린치를 당해 숨진 시카고 흑인 10대 소년 에밋 틸(1941~1955)의 이름을 붙인 법안을 처음 발의했다가 입법에 실패했으나 올해 수정된 내용의 법안을 다시 발의해 최종 승인을 끌어냈다.

틸은 14세 때인 1955년 8월 미시시피주 친척 집에 놀러갔다가 린치 피해자가 됐다.
그는 한 식료품점에서 백인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며 희롱했다는 이유로 여성의 남편 일행에게 납치됐고 사흘 후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틸의 어머니는 아들 장례식에서 관 뚜껑을 열어놓고 잔혹하게 폭행당한 아들의 모습을 공개했으며 이 사건은 당시 흑인 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틸 살해 혐의를 받던 두 백인 남성은 당시 재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 연방 법무부는 2018년 사건 재조사에 착수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러시 의원은 "린치는 미국에 오랫동안 있어 온 인종 테러 무기이며 백인 우위의 사회구조를 유지하는데 이용돼왔다"며 "린치를 범죄로 규정하고 폭력적 인종차별을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정의"라고 강조했다.
ABC방송은 "미국에서 린치를 금지하려는 노력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며 "에멧 틸의 이름을 붙인 반 린치 법안은 지난 2020년 민주당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하원을 통과했으나 일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전했다.
2020년 법안에 반대했으나 이번에 찬성 표를 던진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켄터키)은 "당시 법안에는 린치의 개념이 경미한 타박상 또는 찰과상까지 포함하고 있었다"면서 "린치를 인종 테러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최대 형량도 종신형에서 30년으로 조정됐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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