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위해 5년간 250만호 공급…수도권에 최대 150만호
도심 양질의 주택 공급확대 위해 재건축-리모델링 규제 완화
임대차3법-재건축부담금-청약제도 '손질'…국회 설득은 과제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5년 만의 정권교체로 출범하게 될 윤석열 정부는 집값 폭등과 다층 규제로 혼란한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 정권교체의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현 정부와 차별화된 성과를 내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동산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 데 결국 새 정부에서 '거대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부동산 실패는 없다"…집값 안정 위해 대규모 공급 단행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과 함께 재건축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투기와의 전쟁'을 앞세워 수요 억제에만 집중하며 규제를 남발하고 공급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현실적 진단에 따른 것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집권하면 임기 5년 동안 전국에 2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가운데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물량은 130만∼150만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주택 공급 규모가 연평균 48만호 수준인 만큼 5년간 250만호 공급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인 공급 방안을 보면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가장 많은 142만호(수도권 74만호)를 공급한다. 이 외에 재건축·재개발 47만호(수도권 30만5천호),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호(수도권 13만호),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호(수도권 14만호), 소규모 정비사업 10만호(수도권 6만5천호), 매입약정 민간개발을 포함한 기타 방법 13만호(수도권 12만호) 등이다.
특히 집값 급등으로 인해 자력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청년층을 위해 '청년원가주택'으로 30만호를 공급하고,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반값 주택인 '역세권 첫 집'도 2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청년원가주택은 분양가의 20%를 내고, 나머지 80%는 장기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매입하는 형태의 주택이다. 5년 이상 거주한 뒤 집을 국가에 매각하면 매매차익의 최대 70%를 되돌려준다.
청년층에게 청약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청약제도도 손볼 예정이다.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수도권 공공택지와 투기과열지구 일반공급의 가점제 비율이 75%에서 100%로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청약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20∼30대의 경우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 됐다.
이에 현재 100% 가점제로 청약을 진행하는 60∼85㎡ 면적은 가점제 70%, 추첨제 30%로 개선하고 1∼2인 가구 거주에 적합한 소형주택(60㎡ 이하) 기준을 신설해 가점제로 40%, 추첨제로 60%를 배정하는 등 추첨제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만 오랜 시간 무주택 상태로 청약 기회를 기다려 온 3∼4인 가족의 역차별 논란을 막기 위해 85㎡ 이상은 기존의 추첨제 50%, 가점제 50% 기준을 가점제 80%, 추첨제 20%로 조정한다.
성급한 시행으로 전셋값 폭등을 초래했다고 비판받는 '임대차 3법'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재작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임차인 보호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월세 가격 급등과 전세매물 감소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법 개정을 통한 보완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 재건축 규제 풀어 도심에 양질의 주택 공급…'거대 야당'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설득은 '숙제'
그동안 각종 규제로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지도 관심사다.
윤 당선인은 수요가 많은 서울 등 도심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사업 추진이 가시화되면 연쇄적인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을 사실상 제한해왔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현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높이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 시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한 이후 재건축 불가 판정이 16.5배나 증가했다고 지적하면서 안전진단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진단 항목 중 50%를 차지하는 구조안전성의 비중은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비중을 15%에서 30%로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특히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 면제를 추진한다.
재건축 추진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용적률의 경우 법정 상한을 현재 300%에서 500%까지 높여주고, 이를 통해 늘어난 물량은 청년·신혼부부에게 반값 주택으로 분양한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강남과 잠실,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주요 지역은 물론 분당·평촌·일산 등 1기 신도시의 정비사업 추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더욱이 윤 당선인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까지 약속한 상태다.
그는 30만가구의 보금자리인 1기 신도시의 경우 평균 용적률이 169∼226% 수준으로, 고밀 고층 아파트가 많은 탓에 노후 단독주택과 저층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재정비 원칙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특별법 제정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윤 당선인은 이 법에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안전진단 제도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용적률 상향 등을 방안을 담겠다고 언급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 규제가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10만호 이상의 양질의 주택이 추가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어느 지역에서든 신속한 리모델링 추진이 가능하도록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도 추진한다.
다만 이러한 정책 조합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필수이며, 따라서 거대 야당이 지키고 있는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5년 전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고 지금처럼 의석수 비중이 높지 않았을 때도 재건축 초과이익,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관련 법은 통과가 쉽지 않았다"며 "야당을 얼마나 잘 설득해 협조를 끌어내느냐가 공약 이행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 추진 과정에서 자칫 겨우 진정세로 접어든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안정에 대한 정책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정비사업 활성화, 보유세를 비롯한 부동산 세제 합리화 등 공약의 대부분이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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