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문제로 관계악화 후 전기 마련…이스라엘 가스 터키 거쳐 유럽 수출도 관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이스라엘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터키를 14년만에 처음으로 방문했다고 AP,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 도착,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대통령궁에서 회동했다. 이스라엘 지도자가 터키를 방문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제부터 터키와 관계는 '상호 존중'에 기초해 이견을 해소해갈 것이라면서 "우리는 모두 신앙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헤르조그 대통령의 역사적 방문이 오랫동안 긴장된 양국 관계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상호 관심에 기초해 정치적 대화를 복원시키는 것이 공통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양 정상 간 만남을 통해 2018년 이후 중단됐던 대사급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회동 후 이스라엘과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듯 지중해 동부에서 이스라엘이 개발한 천연가스를 터키를 경유해 유럽으로 운송하는 방안 등도 협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동지중해에서 개발한 천연가스를 그리스, 키프로스를 거쳐 해저 가스관으로 유럽에 수송하는 사업 방안을 추진해왔으며 터키도 자국 가스관 활용을 거론하는 등 관심을 표명해왔다. 특히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가 나오면서 일부 대체재 역할을 할 이스라엘 천연가스의 추가 가스관 확보가 주목된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서 이 문제도 양 정상 간에 거론됐을 것으로 보이나 주된 논의는 양국 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터키 관계는 2010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당시 인도주의 지원에 나선 터키 구호선을 이스라엘이 공격해 활동가 10명이 숨지면서 상호 대사 소환까지 할 정도로 악화했다.
양국은 2016년 대사를 다시 부임시켰으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그곳으로 이전하고 가자지구 접경에서 팔레스티안인 수십명이 이스라엘에 의해 사망하면서 다시 나빠졌다. 이후 양국은 서로 대사를 부임시키지 않았다.
그러다가 터키가 그리스 등 주변국들과 마찰로 지역에서 점차 고립되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사이도 좋지 않은데다 국내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외 관계 회복 행보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한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이후 전화통화를 몇 차례 갖는 등 공을 들였다. 또 지난해 11월 스파이로 혐의로 체포된 이스라엘 커플을 석방해 관계 개선의 전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르조그 대통령도 이에 부응해 '평화와 협력'이라는 터키어가 동체 옆면에 쓰인 비행기를 타고 터키를 방문했다.
그는 다만 이번 터키 방문 일주일 전 이스라엘의 우방으로 터키와 앙숙 관계인 그리스와 키프로스를 방문해 이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는 터키와 관계 개선을 신중하게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터키는 이스라엘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팔레스타인 문제를 언급했다고 에르도안 총리는 밝혔다.
헤르조그 대통령이 방문하자 앙카라에선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던 인도주의 활동가 단체를 비롯해 시위대가 그를 '살인자'로 부르면서 항의하기도 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10일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유대인 공동체를 방문하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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