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체제 아프간, 테러 조직 온상 현실화 우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자폭 테러를 일으켜 6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대원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를 준비한 아프간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재집권 후 아프간이 테러 조직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AFP통신 등 외신은 9일 파키스탄 경찰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이번 테러범의 신상과 행적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테러범은 30대로 수십 년 전 가족과 함께 파키스탄으로 와서 살았다.
그러다가 아프간으로 돌아가 테러를 준비한 후 파키스탄으로 다시 건너와 이번 범행에 나선 것이다.
한 경찰 간부는 "범인은 아프간에서 (자폭 테러 관련) 훈련을 받았고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파키스탄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IS-K는 우리에게 강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그들은 아프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에도 숨겨진 조직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아프간 안팎에서 활동 보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왔다.
실제로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격이자 수니파인 IS-K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테러 활동을 크게 강화했다.
IS-K는 지난해 8월 26일 카불 국제공항 자폭 테러로 18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후에도 지난해 10월 쿤두즈와 칸다하르의 시아파 모스크에서 잇따라 자폭 테러를 감행, 1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
IS-K는 미국 등을 대하는 탈레반의 태도가 온건하다고 비난해왔으며, 수니파에 대해서는 이단으로 간주하며 테러를 일삼는다.
탈레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아프간이 테러 조직의 근거지가 되지 않게 하겠다며 IS-K 소탕 작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확실한 매듭을 짓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평화연구소장 무함마드 아미르 라나는 "탈레반의 아프간 통치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파키스탄 북서부 도시 페샤와르의 코차 리살다르 지역 시아파 모스크에서는 금요 예배 도중 자폭 테러가 발생, 64명이 숨지고 200명가량이 다쳤다.
이후 IS-K는 성명을 내고 배후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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