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최근 러 '가짜 깃발작전' 주장하며 경계
서방, 러 후원하는 시리아 내전 참사 들어 의심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화학무기에 손을 댈 수 있다는 경고가 미국 등 서방에서 나왔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이 생물 및 화학 무기를 개발한다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러시아의 거짓 주장을 중국이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거나 '가짜 깃발 작전'(false flag operation)을 만들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거짓 주장을 하면서 자신들의 공격 빌미를 만드는 군사작전을 의미한다.
사키 대변인의 화학 무기 언급은 이날 러시아가 미국을 상대로 화학무기 사용설을 담은 '선제 공격'을 한 데서 나왔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페스트, 콜레라, 탄저병 등 생물 무기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문서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러시아 국방부도 우크라이나 독립주의자들이 하르키우에서 화학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도발'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키 대변인은 "(이 같은 주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전에 계획된, 정당성 없는 공격을 정상화하기 위한 명백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유럽 등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 당시 생화학 무기가 사용됐던 점을 들어 러시아가 그런 비전통적인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 당시 최소 17차례 화학 무기가 사용됐다. OPCW는 당시 화학 무기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의 지지를 받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목했다.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계속 경고해왔다. 실제 대량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진공 폭탄'을 사용했다는 주장을 나오기도 했다.
민간인이나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은 전쟁범죄로 간주되며, 그뿐만 아니라 화학무기 생산 및 사용은 193개국에 의해 서명된 국제협약에 따라 금지돼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이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2018년 4월에는 증거도 없이 시리아 두마에서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염소가스 공격 배후에 영국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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