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섬 토종쥐 유전자편집 활용 복원 검토 결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120년 전 인도양의 크리스마스섬에서 멸종한 토종 쥐를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약 5%가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해 털북숭이 매머드를 비롯한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제시됐다.
'셀 프레스'(Cell Press)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진화 유전학자 톰 길버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크리스마스섬에 서식했던 '매클리어쥐'(Rattus macleari)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매클리어쥐는 1900년경 유럽 선박을 타고 온 검은 쥐가 옮긴 병원균이 퍼지면서 멸종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멸종 동물의 유전자는 대개 조각나 있어 복원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데 매클리어쥐는 근연종인 노르웨이 갈색 쥐와 종분화가 이뤄진 지 약 260만 년 밖에 안 돼 게놈의 95%를 공유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매클리어쥐가 남긴 조각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최대한 분석한 뒤 노르웨이 갈색 쥐 유전자 염기서열과 비교했다.
갈색쥐 유전자에서 매클리어쥐와 차이가 나는 부분은 이론적으로 유전자가위(CRISPR)로 편집해 같게 만든 뒤 배아를 만들어 대리모에게 착상시키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길버트 교수는 이와 관련, 멸종 동물의 DNA는 파쇄기를 거친 책과 같고, 현존 근연종의 게놈은 잘린 조각을 짜 맞출 수 있는 온전한 참고 도서와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95%만 같을 뿐 후각과 면역 등을 담당하는 나머지 5%는 채워지지 않았으며 이는 복원된 매클리어쥐가 외양이 비슷할 수 있어도 주요 기능은 실제 존재했던 쥐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했다.
연구팀은 매클리어쥐와 노르웨이 갈색쥐의 종분화가 진화의 시간으로 따지면 가깝지만 매클리어쥐의 게놈을 완전히 복원하는 데는 충분치 않다면서 이는 4천 년 전 멸종한 매머드를 복원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매머드도 매클리어쥐와 노르웨이 갈색쥐와의 관계처럼 근연종인 현대 코끼리와 비슷한 진화적 거리를 두고 있다.
길버트 교수는 "동물원에 털 달린 코끼리를 만들어 놓고 매머드를 복원했다며 돈을 모으거나 동물보호 인식을 높이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진짜 멸종한 동물을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되돌려 놓거나 현재 남은 것을 보호하는 것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보호하는 쪽에 돈을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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