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보고서…무역수지 흑자 2배 늘고 대미 투자 3배로 확대
주요 공급망 파트너로 성장…"경제안보 동맹 대응 고민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올해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0년을 맞는 가운데 그동안 양국 간 상품 무역액이 약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무역·투자가 확대되며 공급망 협력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이 최근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만큼 기존의 한미 간 협력 관계를 경제안보 동맹 논의와 어떻게 연계할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미 FTA 10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 한미 FTA로 상품무역 68% 증가…양방향 투자도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양국 간 상품무역은 FTA 발효 전(2011년) 1천8억달러(약 123조8천억원)에서 2021년 1천691억달러(약 207조7천억원)로 67.8% 증가했다.
미국이 한국 상품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FTA 발효 전인 2011년 9.3%에서 2021년 13.4%까지 상승하며 한국의 2대 무역상대국으로 부상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와 부품, 석유제품, 이차전지, 냉장고, 합성수지 등이 수출을 주도했다.
자동차와 부품은 지난해 기준 전체 대미(對美) 수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25.0%)을 차지했다. 10년간 연평균 5.8%씩 성장해 FTA 체결 이전 대비 수출 규모가 75.5% 늘었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2011년 26억5천만달러에서 2021년 48억1천만달러로 연평균 6.2% 증가했다.
이차전지(건전지 및 축전지) 대미 수출액은 FTA 발효 이후 연평균 20.4%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122.6% 많은 27억6천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이처럼 수출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FTA 발효 전 연간 116억달러에서 2021년 227억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은 우리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1위 국가이자 한국 기업의 최대 해외 투자처이기도 하다.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 전체 FDI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3%, 우리나라 해외투자 중 대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2%에 달한다.
한국의 대미 누적 투자금액은 FTA 체결 전인 2011년 197억달러에서 2020년 624억달러로 3.2배 늘었다.
이에 따라 누적 투자액 기준 한국의 대미 투자 순위는 2011년 17위에서 2020년 13위로 상승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20년 기준 미국 내 9만명분의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대미 투자국 가운데 14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국 기업에는 대미 투자 증가가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됐다.
배터리 분야는 미국 완성차 브랜드와의 합작투자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반도체 분야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더불어 미국 내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될 경우 보조금 등 추가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내 주요 고객사 및 협력사와의 기술 협력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기차 분야는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에 따라 전기차를 중심으로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한미 FTA, 상호 공급망 강화에 핵심 역할…경제안보 동맹 논의 본격화
한미 FTA는 양국 간 공급망 협력 강화에도 중추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안정적인 투자 기반 위에 미국이 설계·디자인, 한국은 제조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산업 역시 한국 배터리 생산기업과 미국 완성차 기업들의 합작 투자로 한국 기업은 대규모 고객사를 선점함으로써 경쟁국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미국 완성차 업체는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는 협력 관계를 만들어냈다.
이 밖에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의약품 위탁생산체제(CMO)를 기반으로 하는 양국 간 협력이 백신 동맹으로 발전한 것도 공급망 결속 강화의 주요 사례로 꼽힌다.
보고서는 "FTA 체결과 무역·투자 확대로 더욱 긴밀해진 경제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국은 미국의 주요 공급망 파트너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중 갈등과 코로나19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신뢰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더욱 강조되는 가운데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유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향후 무역협정은 시장개방의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 측면의 동맹관계 강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이 최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내세우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어 한미 FTA를 통한 양국 간 협력관계를 새로운 지역 경제안보 동맹 논의에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무역협회는 한미 FTA 10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인 '한미 FTA 10주년 세미나'를 이날 오후 2시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한다.
세미나에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관 대사대리 등이 참가해 한미 FTA의 의의를 평가한다.
이어지는 패널 토론 세션에서는 이혜민 전 프랑스 대사, 안덕근 서울대 교수,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위원, 앤드류 킴 델타항공 코리아 대표 등이 참석해 한미 FTA와 향후 양국 간 협력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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