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중립' 표방하는 중국, 내부론 러시아 주장 전파

입력 2022-03-11 16:13  

[우크라 침공] '중립' 표방하는 중국, 내부론 러시아 주장 전파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짐짓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는 듯하지만 내부적으론 러시아가 만드는 가짜뉴스를 그대로 전파하고 있다고 CNN이 10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중국은 공개 성명을 내거나 국제회의 석상에서 발언할 때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다. 러시아의 행동을 비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평화 협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다루는 국내 언론 보도를 보면 중국은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
CCTV 등 관영 매체들은 자국민들에게 러시아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보도를 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특수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댔을 수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에 의해 포위된 러시아를 위해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CNN이 우크라이나 침공 발발 후 8일간 14개 중국 매체가 웨이보에 올린 5천여개의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1천건 이상 공유된 게시물 300여개 중 거의 절반인 140개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 등을 전달하는 친러시아 내용이었다.
사실 러시아와 중국 언론은 이전에도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문제나 홍콩의 민주화 시위,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 등 여러 사안에서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증폭시켜주고 강화해줬다고 CNN은 지적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 대한 중국 언론의 태도도 이와 같은 양국 언론의 보도 패턴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서로를 돕기 위해 만든 뉴스는 그들의 입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구축한 광범위한 해외 영어 선전 플랫폼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서방에 의해 러시아 국영 언론의 뉴스 창구가 막힌 상황이기에 중국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정부도 이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 무기 실험실을 운영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중국이 이와 같은 음모론을 따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가 거짓 주장을 하고 중국이 이런 정치선전을 승인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는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지 주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명백한 패턴"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생화학 무기 논란에서도 CCTV 등 중국 언론은 러시아 국방부 등이 주장을 내놓는 즉시 이를 그대로 담은 뉴스를 만들어 웨이보 등에 올리는 등 각본에 따른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와 같은 중국의 태도는 최근 서방과 갈등을 빚으면서 밀착하게 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를 반영한다.
알렉산더 가부에프 카네기 모스크바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 두 국가는 서방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상호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왔다"라며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러시아와 관계를 맺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며, 중국의 언론 보도는 이 목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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