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현지교민 가족, 전쟁통에 폴란드 국경서 '생이별'

입력 2022-03-12 09:26  

우크라이나 현지교민 가족, 전쟁통에 폴란드 국경서 '생이별'
딸만 피신해 아빠와 한국으로…엄마는 친정엄마 돌보려 잔류


(코르쵸바[폴란드]=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한국 교민 가족인 우크라이나인 올가(44) 씨는 딸을 부둥켜안고 아이의 얼굴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멀리 떠나가는 딸을 한동안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픔과 안타까움만 밀려왔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현아(17) 씨도 눈물을 글썽거리며 다시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야 하는 엄마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에게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요. 무사히 잘 계셨으면 좋겠어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남동쪽으로 약 180㎞ 떨어진 도시 체르카시에 사는 한국 교민 가족인 이들은 11일(현지시간) 서부 르비우의 한국대사관 임시사무소에서 마련한 차량으로 폴란드 남동부 코르쵸바 국경검문소를 넘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두 모녀는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했다.

현아 씨는 한국에서 급히 돌아온 아버지를 만나러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로 갔고, 올가 씨는 우크라이나로 다시 돌아갔다.
현아 씨는 바르샤바에서 아버지 조모 씨와 함께 며칠 지낸 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교민인 조씨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이전에 잠시 볼 일이 있어 한국으로 갔다가 발이 묶였다고 한다.
조씨의 부인 올가 씨는 건강이 크게 악화한 친정어머님을 돌봐야 해 남편·딸과 함께 피란할 수 없는 처지다.
멀리 떠나는 딸이 국경을 잘 넘는지 보려고 이곳까지 왔다. 자신은 언제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매시간 변하는 전황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서다.
전쟁으로 단란했던 현지 한인 가족이 졸지에 기약 없는 생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올가 씨는 "우크라이나가 지금 너무 위험해져 딸이라도 먼저 피신시키기로 한 것"이라며 "아빠와 한국에 가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어지기 직전 자신을 걱정하는 딸에게 "무사히 잘 지낼 것이라 약속한다"고 재차 다짐했으나 딸의 얼굴을 쳐다보고선 이게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을 쏟아야 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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