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우크라 사태 등에 삼성전자 목표가 괴리율 2년만에 최대

입력 2022-03-13 06:26  

긴축·우크라 사태 등에 삼성전자 목표가 괴리율 2년만에 최대
증권사 목표주가 올랐으나 실제 주가는 '6만전자'로 털썩
"유동성 줄고 경기선행지수 꺾이며 주가 하락…중국 경기부양 등 관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국민주' 삼성전자 주가와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와의 차이가 2년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는 6만9천500원(이하 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 11일(6만9천900원) 이후 4개월만에 '6만전자'로 떨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적정주가)의 평균은 9만9천208원이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 괴리율(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를 실제 주가로 나눈 값)은 42.75%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4월 2일(42.86%)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수준이다.
증권사의 삼성전자 목표가 평균은 작년 말 9만7천304원에서 높아졌다. 올해 들어 키움증권(9만5천원→10만원), SK증권(9만원→9만8천원), 한화투자증권(10만5천원→11만원) 등이 목표가를 올렸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스마트폰 사업 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반면 실제 주가는 작년 말 7만8천300원에서 10% 넘게 하락하며 목표가와의 괴리가 벌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이슈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하방 압력을 삼성전자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편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전 세계 유동성 및 경기 흐름을 지적하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주가 추이를 보면 지난해 1월 최고가인 9만1천원을 찍은 뒤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작년 10월에는 연저점인 6만8천800원까지 밀렸다.
그러나 이 기간 삼성전자는 1∼4분기 연속 해당 분기 기준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3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두 번째로 최대를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주가를 실적과 평가가치(밸류에이션)의 함수라고 본다면,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실적보다는 밸류에이션의 문제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 밸류에이션을 결정짓는 지표로써 전 세계 유동성 및 경기 선행 지수 등이 꼽힌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무엇보다도 경기 선행 지표들과 같이 가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면서 "그런 지표들이 향후 6개월 뒤 전 세계 경기와 반도체 수요 등을 미리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2∼3월부터 주가가 빠지기 시작한 이유도 전 세계 유동성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중국의 크레딧임펄스(credit impulse·신용자극) 지수 등과 같은 유동성 지표와 경기 선행 지표인 미국의 ISM 제조업 지수 등이 하락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하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20년 4월 41.5에서 저점을 형성해 지난해 3월 64.7까지 오른 뒤 하향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50을 넘는 경기 확장 국면의 상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규 신용 대출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중국의 신용자극지수는 작년 2월 31.10을 기록한 뒤 같은 해 10월 23.21까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는데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주가는 11월부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향후 주가의 관건은 미국과 중국의 통화정책, 경기 흐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바탕으로 볼 때 반도체 주가의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 연준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하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서 유동성을 거둬들일 예정이다.
반면 중국은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경기 부양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정책 강도에 따라 중국의 정보기술(IT) 관련 수요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의 강세가 이어지고 경기가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IT 수요는 꺾일 수밖에 없다. 또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송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정책에 따라 하반기 수요가 완전히 달라지는 그림으로 투자자들은 그것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며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간다면 주가는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ncounter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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