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청년도약계좌'에 청년희망적금 흡수되나…기대·우려 교차

입력 2022-03-13 06:30  

尹의 '청년도약계좌'에 청년희망적금 흡수되나…기대·우려 교차
청년들 반응 엇갈려…"목돈 만들고 싶어" vs "현금성 복지로 삶 개선 안돼"
가입 연령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재원 마련 방안도 숙제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10년 만기로 1억원을 만들 수 있게 해주겠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청년도약계좌' 도입 여부에 청년들의 관심이 쏠린다.
실제 공약이 이행된다면, 기존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들도 청년도약계좌로 변경해 가입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청년층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득이 적을수록 10년이라는 만기가 부담된다는 지적과 함께 청년희망적금 당시 일었던 형평성 논란이 재현되거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등의 우려도 나온다.

◇ 윤 당선인이 공약한 청년도약계좌 뭐길래…갈아탈 수 있나
1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 캠프 측은 기존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도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탈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은 청년도약계좌를 공약하면서 "재정으로 지원하는 유사 제도와의 중복 가입·지원을 방지하겠다"고 밝혀 청년도약계좌와 청년희망적금과의 중복 가입은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도약계좌는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만 19∼34세 청년이 매달 70만원 한도 안에서 일정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최대 40만원씩을 보태 10년 만기로 1억원을 만들어주는 계좌다.
가입자들은 주식형·채권형·예금형 등 3가지 투자 운용 형태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청년층의 신청이 쇄도했던 청년희망적금과 비슷한 성격으로 지원 대상 연령 기준은 동일하지만, 총급여가 연 3천600만원 이하 청년만 가입할 수 있었던 청년희망적금과 달리 소득 요건별 가입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다만 소득 구간에 따라 정부의 지원 정도가 달라진다.
가령 연소득 2천400만원 이하는 가입자가 매월 최대 30만원을 저축하면, 고정적인 정부기여금 20만원에 저축 비례 정부기여한도 최대 20만원을 더해 최대 70만원을 납입할 수 있다.
연 소득이 2천400만원을 초과하는 청년부터는 고정 정부기여금은 나오지 않는다.
연소득이 2천400만∼3천600만원이라면 가입자는 매월 최대 50만원을 저축할 수 있고, 저축 비례 정부기여한도 최대 20만원을 더해 최대 70만원을 납입한다.
연소득 3천600만∼4천800만원은 가입자가 최대 60만원을 납입할 수 있고, 정부의 저축비례 기여한도는 최대 10만원이 된다.
연소득이 4천800만원 이상이라면 정부 재정 지원 없이 비과세 혜택만 받을 수 있다.
만약 가입 기간에 소득이 상승할 경우 자동으로 다른 구간의 혜택이 적용된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장기간 실직하거나 질병 등으로 장기간 휴직하는 경우, 재해를 당한 경우 등은 중도 인출과 재가입이 허용된다.



◇ 청년들 기대 커졌지만…"결국 현금성 복지" 비판도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기존 청년희망적금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청년들의 경우 화색을 보였다.
작년 하반기에 취업한 박모(27)씨는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2020년 소득이 기준점이 되면서 가입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꼭 가입하고 싶다"며 반겼다.
그는 "비과세·소득공제 혜택만 받는다고 가정해도 저축은행 이자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라며 "저축액을 코인 등에 투자해 대박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회비용이 커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으니 좋은 조건 같다"고 말했다.
최근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한 디자이너 박모(26)씨는 "청년도약계좌가 나오면 갈아타고 싶다"며 "기간이 길어져도 제대로 된 목돈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도약계좌가 청년들의 근본적인 삶을 개선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직장인 문모(25)씨는 "'현금 퍼주기식 정책'으로 청년에게 목돈을 만들어줘봤자 청년의 삶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재원 마련을 이유로 세금이 더 늘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10년이라는 만기가 부담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존 청년희망적금 가입자인 회사원 윤모(26)씨는 "청년희망적금으로 월 50만원씩 내는 것만으로도 통장이 텅 비는 느낌인데, 소득 구간이 낮을수록 10년 동안 돈을 넣고 기다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도약계좌로 갈아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박모(26)씨는 "청년희망적금만 해도 부담이 돼서 차라리 배당주에 투자할까 고민하며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원생 권모(27)씨도 "당장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는 매달 돈을 저축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이런 정책 대신 집값을 잡는 데 주력해주면 좋겠다. 1억원이 모여도 집 사기는 한참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가입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재원 마련 방안도 숙제다.
이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중장년을 위한 상품은 없냐" 등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달아 게시되고 있다.
20∼34세 취업자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약 63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정부가 매년 예산 지원을 지속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
청년희망적금만 해도 정부 예상치(약 38만명)의 7.6배에 달하는 약 290만명이 신청하면서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viva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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